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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원숭이의 꽃신'된 이통사 할인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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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원숭이의 꽃신'된 이통사 할인카드

입력
2005.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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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매표소 직원이 친절하게 묻는다. “이동통신사 할인 카드나 적립카드 있으세요?” “없는데요”라며 정액 7,000원을 내놓으면 더 당황하는 건 매표소 직원이다.

아직도 제 돈 다 내고 영화 보는 사람이 있다니 하는 눈빛. 그래서 어쩐지 창피한 기분까지 든다. 주변 사람 모두가 나를 절약이라고는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 공중 목욕탕에서 물 틀어 놓고 있다가 잔소리 들을 때 같은 기분이다.

극장 할인을 두고 극장과 이동통신사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고객 확대를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극장 관람료 할인을 먼저 제안한 이동통신사 측이 서비스 유지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며 극장측의 부담액을 점차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는 이동통신사 제휴 카드의 할인액 2,000원 전부를 이동통신사에서 부담했으나, 매해 재계약을 하면서 극장이 부담해야 할 액수는 500원, 700원으로, 이젠 절반까지 올라가고 있다.

SK텔레콤 카드를 통한 극장 할인 이용자만도 전체 영화 관객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하니 이동통신사로서는 회원들의 이용 증가에 부담이 커져 답답할 것이다. 극장으로서는 할인 서비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관객이 줄어들 테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할인액을 공동 부담하는 처지다.

전국극장연합회는 최근 “카드할인 제도는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의식을 조성할 수 있으니 개선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극장들로서는 이통사의 할인서비스 제안을 처음에는 두 손 들어 반겼지만 이제는 버리지도 유지하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여우의 공짜 꽃신에 익숙해져 맨 발로 걸을 수 없게 되자 결국 비싼 돈을 주고라도 평생 꽃신을 사 신어야 하는 원숭이 같은 처지다.

관객들도 헷갈리고 불편하다.

영화계 사람들은 관객들의 공짜주의를 자주 탓하지만 ‘조조 영화 관람료가 4,000원인 극장에서 통신 카드 2,000원의 할인과 신용카드 2,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으면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는 식으로 관객들을 유혹해 놓고, 이제 와서는 관객 보고 ‘공짜 좋아한다’ ‘제 돈 주고 영화 안 보려 한다’는 식으로 불평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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