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학교에서 내년부터 4년 간 사용될 교과서 채택 절차가 어제 끝났다. 아직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시민단체의 잠정집계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후소샤 역사교과서 채택률은 0.39%에 그쳤다.
교과서 시장에서 최소한의 의미도 갖기 힘든 수치로서 ‘만드는 모임’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시장 진출 교두보 확보에 또 한번 실패했다. ‘만드는 모임’이 2001년의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검정 및 채택 절차를 최대한 유리하게 바꾸었고, 채택 과정에서 자민당 일부 정치인을 비롯한 우파 세력이 적극적 지원에 나섰던 것도 확인돼 있다.
더욱이 연초부터 독도 문제를 놓고 한일 양국의 국민 감정이 편치 않았고, 중일 양국 사이에도 껄끄러운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이런 ‘비참한’ 결과를 맛보았으니 ‘만드는 모임’의 좌절은 더욱 커 보인다.
‘만드는 모임’의 좌절을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역사왜곡에 줄기차게 반대해 온 일본 시민단체의 승리이자, 그 토양인 일본 시민사회의 승리이다. 일본 시민사회가 자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그리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고 그들을 지원해 온 한국 시민단체에도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후소샤 교과서 문제가 터져 나오자마자 곧바로 정부 차원의 직접적 대응이나 지나친 확대해석에 근거한 국민 감정 자극에 경계심을 표했다. 또 일본 시민사회와의 횡적 연대가 궁극적 해결책이라고 권하기도 했다. 사회발전이란 보편적 잣대가 일본에도 적용될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이번 채택결과를 통해 이를 확인하면서, 이런 경험의 축적이 외부 세계를 보다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의식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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