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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가이드라인 제시/ '이런 문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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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가이드라인 제시/ '이런 문제는 안된다'

입력
2005.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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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장고 끝에 내놓은 대입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에서 논술고사가 아닌 본고사로 보는 문제 유형은 크게 4가지로 정리된다. ▦단답형 또는 선다형 문제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 과학과 관련해 풀이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등이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논술고사의 개념도 별도로 규정했다. ‘논술고사=제시된 주제에 관해 필자의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하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논술고사인지, 본고사인지를 가리는 세부기준들은 바로 이 개념에서 출발한다.

서남수 차관보는 “주어진 지문 등에 대한 이해력,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 사고내용에 대한 논리적 서술력 등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논술이며, 이 범주를 벗어나면 본고사로 간주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아는지, 모르는지 물어보는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제시한 사실상의 본고사 문제 유형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단답형 또는 선다형 문제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 )이라 한다. ①샛바람 ②높새바람 ③하늬바람 ④된바람’이라는 문제를 교육부는 이 유형의 문제로 예시했다. K대가 최근 인ㆍ적성검사에서 출제한 문제도 이번 규정에 따르면 본고사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K전자에 근무하는 김 과장은 AㆍBㆍC기업에 대형 컴퓨터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1, 2, 3, 4월 동안 김 과장은 이들 기업에 총 17대를 팔았고 그 중 3대를 1월, 그 2배 만큼을 3월에 판매했다. 김 과장은 A기업에 1월 2대, 2월 2대를 판매했고 B기업에는 2월 2대, 3월 4대를 판매했다. 만약 김 과장이 4월에 4대를 판매했다면 김 과장의 판매실적이 가장 좋았던 달은 언제인가?’ 이 문제는 5개의 보기가 주어졌지만 정형화한 하나의 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논술고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서술형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물으면 본고사이다. ‘노동 3권을 설명하고 현대적 의의를 서술하시오’ ‘대표값과 산포도에 대해 논하시오’ 등의 문제가 여기에 해당된다.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B대가 2006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자연계)에서 출제한 문제도 이 유형에 속한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파스퇴르의 생물속생설은 다음 글(복거일 ‘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 중)에 언급된 ‘큰 가치를 지닌 발견’에 해당한다.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그 발견의 과정과 과학사적 중요성에 대해 다음 글을 바탕으로 서술하시오.’

수학 과학과 관련해 풀이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교육부는 ‘χ에 관한 이차방정식 χ²-2aχ+2a²-8=0이 적어도 1개의 양의 실근을 갖도록 하는 실수 a의 범위를 구하라’는 방식의 문제를 이 유형으로 제시했다. 또 ‘이산화탄소가 조직으로부터 폐로 운반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라’ ‘심한 호흡곤란으로 폐를 통한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억제될 때 인체는 어떤 방법으로 산-염기 평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설명하라’ 등의 문제도 본고사라는 게 교육부의 시각이다.

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C대 2006학년도 수시1학기 수리 논술고사 문제도 단순히 논술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험 직후부터 논란이 일었던 C대 문제는 이랬다. ‘지문= 남산이 보이는 아파트 8층에 살고 있는 영희는 해발고도가 H인 남산의 정상에 위치한 남산타워 높이 h를 계산하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집에서 남산타워의 정상을 잇는 직선과 수평선이 이루는 각도,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남산의 정상을 잇는 직선과 수평선이 이루는 각도를 측정했다. 문제= 영희가 자신의 집의 해발고도를 알고 있을 때 위에서 측정한 두 각도를 이용해 남산타워의 높이를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하시오.’

외국어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교육부는 대학들이 논술고사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외국어 제시문의 번역이나 해석 문제가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 본고사 범주에 포함시켰다.

예를 들면 ‘다음 제시문을 서술(직역)하시오. People volunteer in order to help other people in need. They also volunteer in order to "give back" to the community. This means that they want to help the people in their community who need help. However, volunteering is not only good for the community and those in need, but it is good for the volunteers, too’ 같은 문제가 여기에 속한다.

나아가 제시문 번역·해석을 직접 요구하지 않더라도 내용 이해가 필요한 경우는 본고사가 된다. 따라서 외국어 지문 출제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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