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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이순신' 끝낸 탤런트 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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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이순신' 끝낸 탤런트 김명민

입력
2005.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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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웅의 마지막은 적요했다. 그것은 싸워 얻은 일체의 것들을 제 손으로 놓아 버릴 수 있는 이에게만 허락된 장엄한 최후였다. KBS 1TV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28일 노량 해전에서 왜적의 총탄에 맞은 충무공이 담담하게 죽음과 대면하는 장면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1년을 꼬박 이순신으로 살았던 김명민(33)은 결코 담담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 장면에서 미소를 머금으라고 감독님이 주문했는데 눈물이 펑펑 나 NG가 몇번 났어요. ‘과연 그렇게 스러져야 했을까? 쿠데타라도 일으킬 순 없었을까?’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고…….”

수염을 떼고 갑옷 대신 청바지에 폴로셔츠를 입었지만 그는 여전히 ‘불멸’의 주인공이었다. “마지막 촬영 끝나고 미용실에서 구레나룻을 자르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지금도 내일 촬영장에 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힘들었던 1년을 돌이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촬영이 있었는데 입이 근질거려도 참고, 우스운 일에도 속으로 피식하고 말았어요. 농담하는 자체가 ‘불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대본을 쥐고 분장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턴 입 다물고 마음을 다잡았죠.” 주말도 다르지 않았다. “한 시간쯤 발성연습하고 나머지 시간엔 대본을 외웠어요. 제가 그분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당장 그만두고 싶기도 했고….”

미안한 일도 많았다. “한번은 수원 KBS 스튜디오에 ‘칼의 노래’를 쓴 김훈 선생님이 와서 3시간을 기다리다 돌아가셨는데 어찌나 죄송하던지. 친필 사인을 한 ‘칼의 노래’를 주셨는데 지금도 갖고 다닙니다.”

그 치열한 노력을 김명민은 보상 받았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6년 SBS 공채탤런트 6기로 뽑힌 뒤 KBS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출연 전까지 10년에 가까운 무명시절을 견뎌야 했던 그는 이제 전국민에게 그냥 ‘이순신’이다. “주말이면 50장씩 사인을 해서 부모님께 드려요. 주위 분들이 많이 달라시나 봐요. 그래도 ‘스타’란 말은 제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충무공은 ‘신성 불가침 영역’인데 제가 그 분을 연기했으니 좋게 봐주시는 거겠죠.”

그러나 이제 그 거대한 존재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갑자기 껄렁껄렁하거나 사회적 통념에 위배되는 역할을 해서 억지로 이미지 변신을 하려 들면 거부감만 주겠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연기를 통해 지워나가려 합니다.”

연기자 김명민은 충무공과 닮으려 했던 노력만큼 아주 조금은 ‘그분’에게 다가선 듯 보였다. “‘불멸의 이순신’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등, 순탄치 만은 않았던 드라마에요. 그래도 분명히 감동은 있었죠. 그 감동이 영원히 남기를 바랍니다.”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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