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사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대학별 논술고사 출제 기준이 마련됐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영어로 된 제시문이나 수학ㆍ과학과 관련된 풀이과정ㆍ정답을 요구하는 문제는 출제할 수 없게 된다.
단답형이나 특정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도 출제를 금지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결정으로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것조차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그 동안 논술고사가 얼마나 왜곡돼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은 일단 본고사 논란을 잠재우고 문제 난이도를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영어지문 제시 불허 등 아쉬운 점도 있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일선 교사들은 학교에서 준비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부담이 훨씬 덜어졌다”며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논술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고 해서 본고사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교육부는 논술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전형이 끝난 뒤 면밀히 심사한다고 하지만 논술고사와 본고사의 경계선에서 줄타기 하는 문제를 출제할 경우 실질적인 제재가 어렵다.
변별력에 목말라 하는 대학들이 가이드라인을 피한 다양한 형태의 본고사형 논술을 낼 가능성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적성ㆍ인성검사나 구술ㆍ면접고사를 본고사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그래서 나온다.
대학들의 절대적인 협조 없이는 본고사 논란은 해소되기 힘들다. 논술고사를 둘러싼 더 이상의 논란은 교육계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대학들은 이해력과 분석력, 사고력 등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논술고사의 본질적 목적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보다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논술 문제 유형을 개발해야 한다. 이제 공은 대학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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