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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핏줄 찾기… '감동'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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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핏줄 찾기… '감동' 뿐인가

입력
2005.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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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느낌표’의 ‘집으로’는 농촌 총각의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아이가 난생 처음 해외의 외가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코너다. 그런데 아이들의 여정에 동행하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MC다.

그래서 아이는 ‘어머니의 나라’이면서도 ‘타국’같은 그곳을 두려워 한다. 당연히 제작진의 생각이 모자랐다는 비판이 나올 법 하다. 하지만 아이의 외가 찾기 과정을 산만하게 나열한 1회와 달리, 2회에서는 ‘집으로’의 의도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엄마와 떨어져 아이는 직접 그 나라 사람들과 부딪치며 ‘어머니의 나라’를 알아간다. 엄마까지 모녀 3대가 만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감동이 더 컸을지 모르지만, 그랬다면 아이는 외가의 ‘가족’을 만날 뿐 자신의 ‘또 다른 나라’를 실감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런 아이의 모습은 혼혈아동을 놀리는 한국 아이들처럼, 그들을 여전히 배타적으로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일치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새로운 ‘우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점에서 ‘집으로’는 약간 가볍고 정서적인 감동도 덜하지만,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를 개선하려 노력한다.

KBS2 ‘해피 선데이’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해외 입양된 주인공의 정체성을 찾아주려 노력한다. 한 게스트의 말대로, 이 코너는 “내가 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면 그게 행복한 걸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려 한다. 그 대답은 ‘핏줄’을 찾아주는 것이다.

몇 십 년 만에 ‘핏줄’을 만나 눈물 흘리는 모습은 확실히 감동적이다. 특히 입양된 자식의 삶과, 자식을 그리워하는 부모의 모습을 분할 화면으로 담아 둘의 만남에 강한 몰입을 주는 연출은 볼 때마다 사람을 울컥하게 만든다.

그러나, 아쉽게도 거기서 멈춘다. 아이들이 해외에 입양된 것은, 가난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조차 ‘개구멍받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남의 피’에 배타적인 우리의 태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감동의 포인트를 ‘친’부모와 자식의 상봉에 집중, ‘핏줄’에 대한 애착을 확인하는 데 머문다.

물론, 충분한 감동을 주는 오락 프로그램이 우리 안에 숨겨진 배타성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을 낯선 나라에 보낸 이유에 대한 반성과 각성 없이 오직 핏줄에 대한 애착만 드러내는 한, 해외 입양은 언제까지나 숨기고 싶은 과거(이자 현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나온 주인공의 양부모들은 주인공의 친어머니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그들의 만남을 축복했다. 상황이 바뀌었을 때 우리가 선뜻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할 때까지, 우리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보며 감동의 눈물과 스스로에 대한 각성을 함께 경험해야 한다. ‘우리’라는 것이 ‘한 핏줄’이나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넘어, ‘세계인’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각성 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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