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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르 뱃살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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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르 뱃살의 힘?

입력
2005.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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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감긴 듯한 눈과 둥글둥글한 몸매, 게다가 살짝 나온 뱃살까지. 이웃집 아저씨처럼 마냥 사람 좋게만 보이는 이 사람, 다름아닌 러시아의 ‘격투기 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182cm 106kg)다.

체격은 헤비급 선수치곤 왜소하고 빈틈도 많아 보이는데다 인상까지 상대를 위협하기는커녕 오히려 편안함을 줄 정도. 그러나 그는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맞상대라던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188cm 104kg)까지 격파하며 격투기계의 ‘절대 지존’이 됐다.

그러면 효도르의 그 무시무시한 전투능력은 어디서 샘솟는 것일까.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효도르의 둥글둥글한 몸매는 격투기에 제격이다. 전문가들은 물렁살 근육이 각지고 탄탄한 근육에 비해 훨씬 뛰어난 순발력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격투기 웹진 ‘엠파이트’의 이성호 편집장은 “종합격투기는 입식타격은 물론 누워서도 싸워야 하는 만큼 다양한 기술을 구사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지구력과 유연성이 좋은 물렁살 근육이 각진 근육보다 종합격투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효도르의 유연성은 그의 필살기인 ‘얼음펀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효도르의 펀치는 어깨가 아닌 허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치 낫질 하듯 큰 반원을 그리며 상대 안면을 강타하는 효도르의 주먹에는 많은 체중이 실릴 뿐만 아니라 어깨나 등을 이용하는 크로캅이나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근육의 피로도도 훨씬 덜하므로 소나기 펀치가 가능해진다.

또한 효도르의 두터운 지방질은 3라운드 20분간 종횡무진 링을 휘저을 수 있는 강철 체력의 원천이 된다. 28일 프라이드 헤비급 대결에서 크로캅이 2라운드를 마치고 급격한 체력 저하를 드러낸 반면 효도르는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효도르의 이런 몸매는 독특한 훈련에서 비롯된다. 25kg의 해머로 트럭 타이어를 쉴 새 없이 내리치거나 콘크리트를 매단 역기를 들어올리는가 하면 눈 쌓인 험한 산을 오르내리는 극한의 훈련도 마다 않는다. 근육 보다는 파워를 키우는데 집중하는 셈.

헬스 클럽 강사들의 입에서는 “저렇게 하면 운동 안 된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효도르는 이를 통해 온 몸으로 힘을 한꺼번에 쏟아낼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한다. 야외 훈련을 선호하는 효도르는 크로캅과의 경기에 평소와 달리 까맣게 탄 몸으로 등장, 세기의 대결을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는지 짐작케 했다.

또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 줄 아는 여우 같은 영리함과 끈질긴 승부 근성으로 무장한 곰 같은 뚝심도 효도르가 프라이드 진출 3년 만에 격투기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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