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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비싼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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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비싼 겨울

입력
2005.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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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문들은 올 겨울 걱정에 한 숨 짓는 미국민들 얘기가 한창이다. 치솟기만 하는 유가가 서민 생활, 나아가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전하는 현장기사들이 넘쳐난다. 지금 미국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값이 갤런 당 3달러까지 간다고 하는데, 1달러 50센트 대에 익숙한 미국의 서민 가계가 어떤 충격을 입을지 짐작이 간다.

지난 주 미국 신문들은 전국 실태를 종합한 여러 기사들에서 겨울나기에 비상이 걸린 가정들의 사정을 생생하게 전했다. 문제는 유가 사정이 완화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걱정대로 국제 유가는 어제 사상 처음으로 70달러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신문이 전하는 각 개인들의 대책을 찬찬히 보면 별날 것이 없다. 지출 항목 중 줄일 수 있는 것부터 무조건 줄이고 보는 것이다. 시카고의 한 보건행정관은 케이블 TV부터 기본 프로그램만 보기로 벌써부터 전환했고, 메인 주의 한 시교위는 관내 학교의 난방온도를 낮추는 것으로 예산 절감대책을 세웠다고 한다.

또 버몬트 주 한 교회의 재정담당자는 올 겨울 난방비 초과로 인해 1만 달러의 예산차질이 예상된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대책은 “우선 여분의 스웨터가 있어야 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요컨대 이번 겨울은 ‘가장 비싼 겨울’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만은 며칠 전 미국의 서민 경제가 성장호조나 실업률 감소 등 거시지표와는 딴 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유가 문제를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했다.

일자리가 아무리 늘어나도 월급이 늘어나는 일자리들은 아니고, 실업 기간이 더 길어지거나 취업 계층이 일자리를 상회하는 통계들이 감춰져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가 좋다고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가 폭등이 덮쳤으니 통계만 들먹거리는 워싱턴 관리들의 자평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다.

■경기 평가를 두고 벌어지는 정부와 가계의 괴리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은 매우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사람들이거나, 정치적으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라고 못박았지만 여기에 동조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엊그제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10년 내 4%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한 경고가 더 귀에 들어 오는 현실이다. 그보다도, 당장 미국은 겨울 비상인데, 우리는 유가도, 겨울도 아무도 말하지 않으니 이래도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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