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정치범들을 석방한다면 바로 이 사람의 역할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가 자자하다. 15년째 중국 정치범 석방 운동을 하고 있는 미국인 존 캄(54)씨.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인권 감시 단체 ‘두이화(對話) 재단’(홈페이지 http://www.duihua.org)의 이사장으로 요즘 부쩍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캄 이사장은 29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정치적 변화는 경제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엄청난 경제적 번영이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의 신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중국 신문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치범이나 사상범들의 명단을 찾아내 중국 측에 통보하고 수감자 관련 정보 공개와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한다. 1년에 4차례 가량 중국을 직접 방문해 교도소에서 수감자들과 면담을 하거나 판사에게 감형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중국 정부를 가급적 자극하지 않고 대화와 설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대원칙이다.
2002년 12월 중국 ‘반체제 운동의 대부’인 쉬원리(62ㆍ현 브라운대 객원연구원)가 풀려나 미국으로 망명하는 데도 캄 이사장의 역할이 컸다.
프린스턴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며 중국어를 공부한 그는 원래 홍콩에서 잠시 기자로 일하다 1979년 화학회사를 경영하기 시작했다.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계기는 89년 6월 4일 텐안먼 사태. 당시 중국군이 시위 학생들에게 발포하는 것을 본 뒤 충격을 받았다. “중국 관리에게 비밀연회를 베풀면서 시위 학생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더니 어이없어 하더군요. 중국과의 무역 유지를 무기로 내걸었지요. 야오용짠이라는 학생이 얼마 후 감옥에서 나오더군요.”
이후 성공적이던 사업을 접고 두이화 재단을 설립했다. 많은 민주화ㆍ노동운동가와 티베트 승려, 천주교 신부들이 그의 덕을 보았다. 이런 공로로 지난해 미 맥아더 재단이 주는 ‘천재상(genius grant)’을 상금 50만 달러(약 5억원)와 함께 받았다.
“실종자들에 관해 중국 정부에 문의하거나 석방을 요구하는 자체로 그들은 ‘중요한 수감자’가 됩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이 그들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돈이 남의 삶을 구해냈을 때 느끼는 감흥까지 사지는 못합니다. 여러분도 어떤 인생들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줘 보십시오. 바로 자신을 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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