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각 정부위원회를 탈퇴한 데 이어 대형 파업을 벌임에 따라, 산업현장이 급격히 경직돼 가고 있다. 노사관계 악화 뿐 아니라 노동계가 국제노동기구(ILO) 아태 총회에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국가 경쟁력과 신인도의 추락도 크게 우려되고 있다.
극도로 노정(勞政)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노사관계를 전공한 원로교수 18명이 충정 어린 호소문을 발표했다. 주로 노동계의 이기주의를 질타하고 있는 학자들의 호소문은 누구의 주장보다도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어 보인다.
‘노동운동 이대로 좋은가’라는 호소문은 먼저 정부를 상대로 투쟁 일변도로 치닫는 양 노총 지도부의 정치적 조합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투쟁인가, 노조조직을 이용해서 정치권에 진입하려는 시도인가를 묻고 있다. 과거 독재 정권은 국제경쟁력을 빌미로 노동운동을 탄압해 왔기 때문에, 노조의 대정부 투쟁이 묵인돼 왔으나 이제는 버려야 할 유산이라는 것이다.
ILO 아태 총회 두 달 전에 우리 노동계가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결국 총회가 연기됐다. 양 노총은 ‘부끄러운 것은 불참이 아니라 국제기준에 뒤떨어지는 후진 노동정책’이라고 책임을 정부에 돌리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의 호소문은 ‘해도 너무 한다. 국내문제를 밖으로 끌고 나가서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교수들의 글은 과도한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 노조의 각종 위원회 탈퇴와 노사자치제도 정신 위배 등 노동운동 전반을 점검한 후 뼈 아픈 충고를 하고 있다.
노사관계 전공의 학자들이 호소문을 발표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고, 자주 있어도 반갑지 않은 일이다. 양 노총은 노동자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라도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실사구시 노동운동을 통해 고용기회를 창출하라’는 원로들의 고언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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