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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일 명단 앞에서 겸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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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일 명단 앞에서 겸허해야

입력
2005.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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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일인 29일 3,095명의 친일인사 명단이 발표되었다. 우선 6년 전 뒤늦게 작업이 시작되어 광복 60주년 만에야 겨우 명단이 발표된 점이 놀랍다. 3,000명이 넘는 명단도 놀랍고, 존경스런 인물로 알려져 왔던 많은 인사가 들어 있는 명단에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역사의 왜곡과 허상 앞에 울분을 느끼면서도, 이제라도 바로 세워지게 된 사필귀정의 역사가 다행스럽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밝힌 대로 이 명단은 개인을 단죄하기 위함이 아니다. 과거사 정리와 역사평가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곧게 세우고, 후대에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고자 함이 목적이다.

유사한 전철을 밟았던 국가들이 모두 조기에 과거사를 정리ㆍ반성했으나, 그렇지 못했던 우리 사회에서는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역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모르는 민족은 제대로 된 민족이 아니다. 다시 불행한 운명이 닥칠 경우 이를 피하기도 어렵다.

친일인사 명단 앞에서 모두 옷깃을 여며야 한다. 역사는 길을 잃을 때도 있으나, 마침내 엄정한 평가를 회복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친일 행적이 드러난 쪽에서는 과거의 잘못을 겸허한 자세로 반성해야 한다. 친일을 규명해낸 쪽 역시 겸허해져야 한다. 공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에 결코 사적인 감정이나 정치적 이해를 개입 시켜선 안 된다.

친일인사 후손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사회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온 점도, 친일 청산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게 사실이다. 명단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바로 잡는 일도 소홀히 해선 안되겠지만, 더 이상 친일 청산 문제가 소모적 논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채 ‘미래로 가지 않고, 과거로 간다’고 말할 수는 없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작업을 방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지금도 친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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