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의 멕시코만 강타 우려로 29일 국제유가가 단숨에 70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미국 석유시설의 피해 정도와 국제유가의 상관관계가 관심을 끌고 있다.
멕시코만은 셰브론텍사코, 로열 더치 셸, BP, 엑손모빌 등 다국적 메이저들의 석유시설이 집중된 핵심 에너지 단지. 루이지애나 남부 및 미시시피주에 걸쳐 연안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시설, 원유 운송항, 파이프라인은 물론이고 수많은 정유시설이 밀집해 있다.
하루 원유 생산량만도 전체 미국 생산량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50만 배럴에 달하고, 정유시설은 미국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또 지역 최대의 연안 원유수송항인 루이지애나연안석유항(LOOP)는 단일 항구로서 미국 원유수입의 11%를 차지할 정도로 멕시코만은 원유 수출입 관문으로도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카트리나 강습에 따른 에너지 생산 차질이다. 28일을 전후해 멕시코만 석유 메이저들은 이미 현지 근로자 대피 및 생산시설 가동중단으로 하루 60만 배럴 이상의 원유 생산을 감축했다. 또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지역 정유시설이 가동 중단됐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2위 석유업체인 셰브론텍사코가 27일 약 2,100명에 달하는 이 지역 지원 직원 대부분을 대피시켰다. 로열 더치 셸은 하루 42만 배럴의 원유와 135만입방피트의 천연가스 생산을, 엑손모빌은 하루 3,000배럴의 원유와 5,000만입방피트의 천연가스 생산을 각각 중단했다.
정유시설 가운데는 발레오에너지와 머피오일이 각각 하루 26만배럴, 12만배럴을 생산하는 시설을 중단했고, 엑손모빌이 하루 18만3,000배럴을 처리하는 시설을 곧 가동중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카트리나의 위력 보다도 수급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에서 재앙이 닥쳤다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 월가의 유명 원유 애널리스트인 피터 뷰텔은 “지금은 주유소에서 가솔린 한 통만 엎질러도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정도의 상황”이라며 ‘카트리나 후폭풍’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멕시코만 타격이 심각할 경우 최소 올 연말까지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배럴당 80달러 돌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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