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그녀의 어머니는 딸에게 아이스크림을 줄 때 꼭 이렇게 말했다. “자, 눈 꼭 감고 가만히 있어봐. 그러면 엄마가 네가 아주 좋아하는 것을 금방 만들어줄 테니.”
그런데 길든 짧든 이렇게 눈을 감고 기다리는 시간이 어린 딸에겐 여간 막막하지가 않다. 어른들한테는 “눈 감고 있어”가 벌이 아니지만, 아이들에겐 눈을 감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만큼 갑갑한 것도 없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운 시절이 있고 밝은 시절이 있다. 힘든 시기를 견뎌내는 마음가짐도 다르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이 일 뒤에 더 큰일이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것과 지금 이 시기만 잘 이겨내면 더 좋은 일이 생길 거야, 하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다.
어른이 된 다음 그녀는 삶이 힘들 때마다 지금 나는 눈을 꼭 감고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내 눈 앞에 펼쳐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이렇게 막막하고 답답한 시간이 지나면 곧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날들이 올 거야 하고 생각하면 어려움 속에서도 저절로 힘이 난다고 했다. 어릴 땐 그 아이스크림을 엄마가 만들어주었지만, 어른이 된 다음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차이인 것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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