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일선 후퇴에 대한 반발로 금강산 관광객 수를 축소하고 나서면서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뿐 아니라 전반적인 남북경협사업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북측이 관광객 1인 당 50달러 씩의 관광대가를 포기하면서까지 초 강수를 두고 나선 것은 그만큼 김 부회장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대아산측은 “북한과 협의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당장 금강산 관광사업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1998년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2003년 육로관광이 활성화하면서 올 6월 총 관광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당일, 1박2일, 2박3일 등 다양한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인기가 치솟아 가을 성수기인 10월까지 예약이 거의 완료됐다.
이번 사태로 현대아산은 9월15일 예약 분까지만 전액 환불을 해준다는 방침이지만 10월 말까지 예약된 3만 여명의 당일 및 1박2일 예약 취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개성과 백두산 관광을 성사시켜 한껏 고무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김윤규 암초’를 만나 위상에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수 조용필씨의 평양 공연에 동반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측은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이 만난 직후 김 부회장을 물러나게 한 것은 신의 위반이며 이번 일로 개성과 백두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경협사업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강력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2일과 7일 등 두 차례 남은 개성 시범관광 및 본 관광, 다음달 중 시범 관광을 추진중인 백두산 시범관광도 제동을 걸겠다는 얘기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개성 시범관광 성사 때도 김 부회장이 빠지면서 현대의 협상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북측이 1인 당 하루관광 대가로 150달러를 고집하고 있어 관광대가 문제로 개성 본관광이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부측에서도 이번 사태가 남북경협이나 전반적인 남북관계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대북사업의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공식 논평을 삼가면서도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사업이 잘 진행되는 와중에 이번 일이 터져 유감이라는 반응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남북경협이나 전반적인 남북 문제로 확대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측이 앞으로 전개될 개성이나 백두산 관광 협상 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강성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강산 관광객 수 제한 조치가 조만간 풀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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