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자 A씨(35)는 2003년 4월 병력특례 지정업체 B사에 산업기능요원으로 들어갔다. 벤처업계의 실력자인 A씨는 그러나 실제 B사에선 근무하지 않고 그해 8월 다른 벤처업체 C사의 이사로 취임했고 이듬해 D사를 창업해 사업에 몰두했다.
병역법 및 시행령은 병역특례자의 다른 직무 겸임을 금지하고 있다. A씨와 같은 경우는 업계에서 흔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경우 특례가 취소되고 현역이나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해야 한다. 하지만 병무청은 A씨에게 1개월 근무연장 조치만 내렸다.
기술기능인력을 육성하고 기술산업 발전에 협조한다는 취지에서 시행하는 산업기능요원제도 등의 병역특례가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다.
우선 지정업체끼리 병역특례를 주고받는 편법이 업계에선 관행이다. 병역특례자 선발과정에 청탁 등 부정이 개입될 소지를 피하기 위해 지정업체 대표의 4촌 이내 혈족은 특례자 선발을 금하고 있다.
때문에 지정업체끼리 병역특례자를 교환함으로써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병역특례 지정업체인 E사 박모(42)이사는 “병역특례 정원이 점차 줄면서 주고받기식 청탁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연간 2만명 수준이던 산업기능요원 병역특례는 올해 4,500명으로 줄었다.
병역특례자를 선발한 뒤 지정 업무에 종사 시키지 않고 마케팅에 동원하거나 다른 업체로 파견하는 파행도 많다. 한 인터넷업체 관계자는 “특례요원은 복무기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지정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례요원=지정업체의 노예’라는 오래된 공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병무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병역특례의 편법운용을 적발하고도 업체에는 경고나 주의, 병역의무자에겐 연장종사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대부분이다.
올해 상반기 편법ㆍ위법 근무가 적발돼 대체복무가 취소된 요원은 13명으로 전체 병역특례자의 0.065%에 불과하다. 병무청 관계자는 “확실한 제보 없이 위반사례를 일일이 따라다니며 확인ㆍ검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병역특례 제도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운용되는 일부 증거를 확보, 조만간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특례를 신청하면서 자격증 사본을 위ㆍ변조하거나 관련서류를 허위작성하고 지정업체끼리 친족을 교환 근무시키는 사례 등이 집중점검 대상이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 산업기능요원제도란
각종 산업분야서 요구하는 기사 자격증을 소지한 병역자원이 지정업체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면 병역을 필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 현역입영 대상자는 34개월, 공익근무요원소집 대상자는 26개월간 근무해야 한다.
전문연구요원제도는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대체복무다. 현재 산업기능요원은 1만3,000여명, 전문연구요원은 6,700여명이 모두 1만7,000여개 지정업체에서 대체복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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