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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구태 못벗은 北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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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구태 못벗은 北 외교

입력
2005.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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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 수준인가.”

북한이 한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을 이유로 이번 주로 예정됐던 4차 6자회담 속개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한 외교부 주변의 반응이었다. 북측은 지난 주 이런 입장을 남측에 알려왔다. 이는 지난 7일 남북한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이번 주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한 합의 사항을 지킬 수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북한으로서는 합의 당시 UFL 연습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76년부터 매년 실시돼온 UFL 연습이 통상 8월 하순 이뤄진다는 것은 북한도 뻔히 아는 공지의 사실이다. 또 한미 양측은 이미 11일 연습 일정을 북측에 알렸다. 하지만 북측은 24일에서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대화 상대를 향해 전쟁연습을 한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북측의 이런 반응은 중국과 러시아가 19일부터 25일까지 중국 산둥(山東)반도 일대에서 ‘평화의 사명 2005’라는 대대적인 군사 훈련을 벌인 데 대해 침묵한 것과 비교해 균형을 잃고 있다. 주한 미군의 군사훈련에 매우 민감한 북한의 입장을 십분 감안한다 해도, 전 세계가 주시하는 6자회담를 지연시키는 이유로는 너무 군색하다.

우리 정부는 평화적 핵 이용권 등 6자회담의 핵심쟁점을 놓고 미국과의 이견을 감수하면서까지 북측의 입장을 넉넉히 봐주고 있다. 물론 핵 폐기 결단을 앞두고 북한으로서는 심사숙고 할 대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당장 나오기에는 아직 계산이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UFL을 거론하며 회담이 속개되지 않는 책임이 전적으로 한미 양측에 있다는 식으로 이유를 대는 것은 너무 낡고 상투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영섭 정치부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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