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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명단 3090명 공개/ 官·언론·예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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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명단 3090명 공개/ 官·언론·예술계

입력
2005.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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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29일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명단에는 이완용 박제순 송병준 등 사회통념상 이미 ‘매국인사’로 널리 인식돼 온 인물 외에도 해방 이후 장관이나 시ㆍ도지사 경찰간부 군장교 판검사 등 정부 고위 공직자를 지낸 인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일제시대 관료 출신으로 해방 후 장관을 지낸 인물은 현석호 전 내무부 장관 등 9명에 달했다. 이들은 모두 일본 고등문관 행정과나 사법과를 나온 엘리트 출신으로 현씨 이외에 김영선 전 내무부 장관, 임문환 전 농림부 장관, 김태동 전 보건사회부 장관, 홍헌표 전 체신부 장관 등 각 부처 수장이 두루 포함됐다.

역대 시ㆍ도지사도 10명이나 포함됐다. 서울시장을 지낸 김창영 이범승씨를 비롯해 이해익 전 경기도지사, 이명구 전 충북도지사, 김학응 전 충남도지사, 김대우 전 경북도지사 등이 친일인사 명단에 올랐다. 이들은 대부분 해방 전 지방 군수 등을 역임하다가 해방 후에도 별다른 걸림돌 없이 시ㆍ도지사까지 무난히 승진했다.

독립운동가를 체포하거나 일제에 적극 협조한 경찰 출신 인사도 500명이 넘게 무더기로 포함됐다. 명단에는 만주국 행정참사관 출신으로 해방 후 치안국장과 헌병학교장을 지낸 홍순봉씨 등 경찰간부는 물론 고등계 형사, 검열관 출신 등도 상당수에 달했다.

각각 평안북도 경찰부 고등과장과 경기도 경찰부 형사과장 출신인 김덕기씨와 김태석씨는 1940년대 독립운동가를 체포하는 등 일제에 적극 협조했으며 해방 후에는 반민특위에서 사형이 구형되기도 했다.

평안남도 경찰부 보안과장 출신인 노덕술씨는 사상문제로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고문한 경력이 있으며 해방 후 헌병 중령으로 임관했다. 또 경무국 도서과 검열관 출신으로 해방 후 국사편찬위원장까지 지낸 김성균씨도 편찬위가 발표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찰 못지 않게 군장교 출신도 장관이나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등 고위 인사를 중심으로 다수가 인명사전에 수록됐다. 일본 육사 26기 출신으로 해방 후 국방부 장관을 지낸 신태영씨 등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인사가 다수 포함됐고 역대 육군참모총장 중 7명이 일본 육사를 졸업했거나 일본군 장교를 역임한 점도 관심을 끌었다.

널리 알려진 인사도 눈에 띄었는데, 일본육사 55기 출신으로 만주군 헌병 대위를 지낸 뒤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 국무총리 등을 두루 지낸 정일권씨와 만주 봉천군관학교 출신으로 합참의장 교통부장관 등을 지낸 백선엽씨도 사전에 포함되게 됐다.

일제시대 법조계 인사 가운데는 5명이 해방 후 법무부장관에, 4명이 검찰총장에, 3명이 대법원장 등에 임명됐다. 경성지법 판사 출신인 민복기씨는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대법원장 등 법조계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전주지법 판사 출신으로 홍석현 주미대사의 부친인 홍진기씨는 해방 후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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