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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명단 3090명 공개/ 본격 청산 '첫걸음'…후손 반발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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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명단 3090명 공개/ 본격 청산 '첫걸음'…후손 반발 '난제'

입력
2005.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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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있은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 명단’ 발표는 사회 전 분야를 통틀어 무려 3,090명의 친일 인사를 찾아 낸 해방 이후 최초의 대규모 친일 청산 작업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예산 문제로 중단 위기를 맞았다가 국민 성금으로 재추진된 데서 짐작 할 수 있듯 다수의 국민이 ‘어두운 역사를 우리 힘으로 걷어낸다’는 대의에 공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2차, 3차 발표가 뒤따를 이번 명단 발표는 반민특위의 정신과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의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의 연장선 위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앞으로의 본격적인 친일 역사 청산 작업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방 정국 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실패 이후 친일 인사를 가려내려는 움직임은 간간히 시도돼 왔지만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66년 재야사학자 고 임종국씨가 ‘친일문학론’이라는 책을 발표하면서 지식인들의 친일 청산 움직임이 시작됐다.

임씨의 유지를 본받아 만들어진 민족문제연구소는 93년 처음으로 99명의 친일파 명단을 발표했지만 사회적 파장이 크지 않았다. 2002년에는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광복회와 공동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70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해방 이후 첫 국회의원들에 의한 친일 명단 발표라는 점에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빠지는 등 ‘정치적인 고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발표는 ‘을사오적’ 등 익숙한 친일파 외에 현재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력 인사나 ‘항일 운동가’로 알려졌던 인물들의 친일 행적이 낱낱이 포함돼 있어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근혜 현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적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여ㆍ야 갈등의 새 도화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명단에는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이나 나중에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사장을 지낸 최 린,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썼으나 경남일보 주필 시절의 활동을 놓고 친일 논란을 빚고 있는 장지연, ‘봉선화’의 작곡가 홍난파 등 종교 문화계의 지도적 인물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내년 8월께 ‘친일인명사전 수록인물 예정자’ 명단 2차 발표를 준비하고 있으며, 3, 4차 명단 발표를 거친 후 2007년 12월 께에는 ‘친일인명사전’을 출판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 역사 청산 작업은 ‘친일 명단’에 포함된 인물들의 후손들의 반발과 법적 대응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진보적인 학자들이 주축이 된 사전편찬위원의 대표성 논란, 보수단체와의 갈등, 사주가 친일 명단에 포함된 일부 언론의 대응 보도 등의 험난한 장애물도 현실화할 게 틀림없다. 민족문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금 연구소는 반민특위의 전철을 밟느냐 그것을 극복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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