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고른 실력…평가 어려움
●피아노
과제곡이 어려운 편이었으나 다들 훌륭하게 처리했다. 특히 상위권에 실력이 비슷한 학생이 많아 본선 진출자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고 입상자 선정도 같은 이유로 힘들었다. 콩쿠르는 언제나 방법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 훌륭한 피아니스트(음악가)가 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것이다. 음악의 표현은 사람마다 다소 다를 수 있는데, 이를 점수로 서열화하는 것은 약간의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 것이 가장 중요한 소득이며 동시에 입상자와 비입상자는 서로 위치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서 모두 큰 희망을 갖고 노력하기 바란다.
김형배(서울대 교수)
과제곡 1악장 충실한 연주 아쉬워
● 비올라
과제곡인 비외탕 소나타 내림나장조가 중고생들이 충분히 소화하기에는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본선 4명의 연주자가 대체로 1악장 시작부 마에스토소 부분의 템포를 빨리 잡아 풍부하고 충실한 음악을 내는 데 부족했던 것 같고 알레그로 부분도 빠르지만 좀 더 깨끗하고 절제된 스피카토로 연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참가자들의 기량이 매년 향상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겉으로 보이는 테크닉적 중요함보다는 내면적인 소리를 추구하는 것이 배우는 과정의 음악도로서 더 유익하리라 본다. 내년에는 좀 더 발전한 모습의 참가자들을 많이 만나길 바란다.
전용수(서울시향 단원)
입상자들 각자의 장점 돋보여
●바이올린
1위 임지민은 비에냐프스키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맨 처음 대조적인 테마와 기교적인 부분을 감미롭고 대담하게 이끌어 나갔으며 고도의 기교를 보여주는 카덴차를 황홀하게 연주했다. 론도 형식의 피날레는 조금도 흔들림없이 격렬하게 연주해 탁월한 음악성을 보여줬다. 2위 김지원도 같은 곡을 연주했다. 낭만적인 악풍의 이 곡을 매력있게 연주했으며 3악장은 다소 흔들렸으나 잘 조절해 마무리했다. 3위 설민경은 드보르자크 협주곡을 어린 나이인데도 잘 소화해 섬세하고 잘 다듬어진 음색으로 연주했다. 3악장의 빠른 패시지를 좀 더 화려하게 펼쳐갔으면 더 좋았겠다.
현해은(서울대 명예교수)
지나친 경쟁의식·무딘 연주 실망
●첼로
언제부터인가 콩쿠르가 재능있는 인재의 발굴이 아니라 입시 수단으로 전락한 듯 하다. 학생들이 실력을 연마하는 것보다 경쟁의식만 키웠는지 그런 것들이 첼로 연주에도 반영된 느낌이다. 발렌티니의 소나타(예선)를 로코코 스타일이나 아기자기한 면 없이 도전적으로(아마 옆 사람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무디고 뻣뻣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무척 실망스러웠다. 하이든 협주곡(본선)은 1, 2, 3악장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똑 같은 소리로 연주해나가는 것을 보면, 다른 종류의 음악 작품도 듣고 음악 공부에 대한 근본적 사고를 다시 키웠으면 한다.
이종영(경희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