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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의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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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의 아름다운 동행

입력
2005.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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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으로 해외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는 배병우(55)씨와 패션 및 연예인사진으로 유명한 김중만(51)씨. 스타작가라는 점을 빼고는 순수와 상업, 자연과 인물로 각기 전혀 이질적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25년 전 한 스튜디오에서 동고동락한 평생지기라는 점을 아는 이들은 많지않다. 4반세기 동안 인연을 맺어 온 두 사람이 처음으로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개인전을 연다.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31일~9월13일 동시 개인전을 앞둔 두 사람을 만났다.

“1978년 프랑스 니스에서 작업을 하는데 선배들이 아주 재미난 친구가 있다고 소개하더군요. 그게 김중만이었어요.”

두 사람은 미술을 공부했지만 사진으로 전향한 공통점을 갖고있었다는 점 때문에 금세 마음이 통했다. 줄곧 파리에서 패션사진작가로 활동하던 김씨가 79년 귀국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씨의 혜화동 스튜디오에 둥지를 틀었다. “그때 이미 중만이는 스타였어요. 국내 최초의 패션사진 작가였으니까요. 이희재 같은 유명 패션모델이 우리 스튜디오에 들락날락했죠. 유신때라 굉장히 어둡던 시절이었는데 중만이가 워낙 자유로운 사고를 하니까 같이 있으면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죠. 그게 참 고마웠어요.”

김씨는 쑥스러워 하며 손을 내저었다. “제겐 오히려 병우형이 보호막 같은 존재였어요. 생각해보세요. 70년대엔 서울에 귀걸이 한 남자가 나 밖에 없었어요. ‘이상한 놈’ 취급받기 딱 좋았는데 병우형과 친구들이 많이 감싸줬지요. 한국에 정착하는데 큰 힘이 됐어요.”

서로가 이렇듯 살가운 존재였지만 둘은 모두 작업방식에서만은 한치의 양보도 않는 외골수들이었다. 배씨는 “그때 중만이 옆에 있으면 누구나 패션사진 하겠다고 나섰거든요. 안 따라간 사람은 아마 나 밖에 없을 걸요.”(배) “형은 누가 뭐래도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가는 사람이예요. 묵직하죠. 당시엔 제가 패션사진밖에 몰랐지만 아프리카 사진작업을 하고 난 뒤부터 형의 기록사진작업을 존경하게 됐죠. 보통 정신력과 집념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김)

두 사람의 동시 개인전은 인사아트센터의 기획초대전으로 마련됐다. 제1전시장에서 열리는 김씨의 개인전 주제는 ‘Naked Soul(벌거벗은 영혼)’이다. 지난 20년간 국내와 태국 필리핀 아프리카 등지에서 찍은 꽃 사진 50여 점을 선보인다. 제 2전시장에서 열리는 배씨의 개인전은 ‘아련한 그리움의 향기’가 주제. 최근 2년간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을 돌며 잡아낸 가장 한국적인 풍경사진 20여 점이 전시된다.

두 사람의 작품 모두 가로 세로 260X130cm정도의 대작이 중심이다. 꽃술의 섬세한 떨림까지 잡아챌 듯 극도로 줌인된 김씨의 꽃 사진은 생명과 관능의 상징으로서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킨다. 반면 숲과 바람, 바다의 풍광을 멀리서 잡아낸 배씨의 컬러사진은 전통 수묵화의 여백과 관조가 그윽하게 담겼다. 둘은 출품작들을 중심으로 사진에세이집 ‘Naked Soul’(김영사), 사진집 ‘여향(餘香)’(열화당)도 각각 출간할 예정이다.

김씨는 “연예인사진은 생계수단일 뿐 앞으로는 순수사진에 몰두하고 싶다”고 했다. 2년 뒤쯤 가족을 이끌고 프랑스로 가서 작업에 매달릴 계획이다. 배씨는 해외에서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9월 독일과 런던, 10월 프랑스 등 해외전시 스케줄이 빼곡하다. 지난 봄 런던서 열린 포토런던 행사에서 세계적인 미술품수집가인 팝스타 엘튼 존이 배씨의 소나무 사진을 3,000만원에 사들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 사람의 전시는 ㈜한국엡손이 후원했다. (02)736-1020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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