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VS 반개혁’의 구도로 전개되던 일본 9ㆍ11 총선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정개혁 올인 정치’‘자객정치’등으로 대표되는 고이즈미류 정치의 초반돌풍이 다소 잦아드는 양상이다. 반면‘연금개혁’등 다양한 정책공약을 내세우는 민주당은 뒤늦게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28일 오후 일본 치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역 앞 가두연설장에 모습을 드러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우정법안 반대파 제거를 위해 공천한 ‘자객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는 자리다. 그는 연설의 대부분을 우정개혁에 할애했다. “이번 선거는 우정개혁의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는 선거”라는 게 시종일관한 주장이다.
비슷한 시각, 도쿄(東京)도내에서 지원유세에 나선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일본의 문제가 우정개혁 하나만이 아니다”라며 연금문제 소자(小子)고령화에 따른 자녀 양육문제 등을 조목조목 짚으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9일 중의원 해산이후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다. 중의원 해산 직후 기자회견에서 “9ㆍ11 총선은 개혁과 반개혁과의 싸움”이라고 호소했던 그는 일본 총리로서는 초유의 정치행태를 보이며 선거 정국을 주도해 왔다. 반대파 수장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자민당 정조회장에 대해 일본 경제계의 이단아인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라이브도어 사장을 자객으로 내세우는 등의 화려한 정치적 연출력은 일본 국민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강행한 일련의 파격적인 정치적 행위에 대해 여론은 따뜻한 지지의 시선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를 2주 앞둔 28일 이 같은 양상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날자 아사히(朝日)신문의 여론조사는 이 같은 양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9ㆍ11 총선에서의 비례대표 지지율은 자민당 24%, 민주당이 16%로 해산 직후에 비해 크게 좁혀졌다. 구체적으로 자민당은 31%(8월15~17일)→27%(18~19일)→29%(22~23일)→24%(25~26일)의 추이로 하락세가 두드러진 반면, 민주당은 17%→14%→13%→16%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고이즈미류 정치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비율은 43%→40%→41%→38%로 떨어졌으며, ‘총선에서 의석이 늘기를 원하는 정당’에서도 자민당 28%, 민주당 25%로 가장 접근했다. 이번 총선이 ‘고이즈미 찬반투표’형식으로 흘러가는 데에 대한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연 우정개혁이 일본을 살리는 만병통치약이냐”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선거일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지금 선거를 치루면 압도적으로 승리할 텐데”라며 초조감을 드러냈다. 반면 오카다 대표는 28일 오전 NHK 대담에서 “(선거 국면의) 전반전은 ‘고이즈미 극장’의 영향 때문에 솔직히 어려웠다”며 “그러나 지금 그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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