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폭풍전야처럼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책을 마련 중인 정부와 여당은 세부 사항에 대한 마지막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투기가 근절돼 시장이 안정될 것인지, 부작용은 없을지 등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하락ㆍ상승 엇갈리는 시장
정부의 고강도 대책 발표를 목전에 두고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ㆍ용인 등 최근 아파트가격 급등지역은 호가가 급락하고 급매물이 등장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강남 대체 수요를 흡수할 미니 신도시 건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정지 주변 지역 가격은 들썩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 때 11억원까지 치솟았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34평형은 최근 2억5,000만원이 떨어진 8억5,000만원대 급매물이 등장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35평형도 11억원까지 올라갔었지만 최근에는 9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미니 신도시 후보지로 떠오른 서울 송파구 거여ㆍ문정동 일대와 정부의 특별법 지원에 힘입은 강북 뉴타운 인근은 오히려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여동 도시개발아파트 25평형은 2억5,000만원 안팎 하던 시세가 최근 열흘 새 2억 7,000만원 선으로 올라섰다.
막판 조율중인 당정
정부와 여당은 이번 대책의 근간이 될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대부분 확정했다. 당정은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종부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현재 3단계로 나눠진 세율을 4단계로 세분화하는 세율 조정안을 검토 중이다. 당정은 주택과 나대지의 종부세 기준을 각각 9억원에서 6억원, 6억원에서 4억원으로 강화한 만큼 종부세 단계와 세율을 조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당초 주택 종부세 기준이 ▦9억원 초과 20억원 이하 1.0% ▦2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 2.0% ▦100억원 초과 3.0% 등으로 짜졌지만 종부세 적용 대상이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아지면서 종부세율 1.0% 구간(6억원 초과 20억원 이하)을 10억원을 기준으로 2구간으로 추가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나대지(비사업용토지)의 종부세율도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나대지에 대한 양도세 50% 중과세율 적용도 당초 투기가 심한 지역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적용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에 따라 전국을 대상으로 하되 부재지주에게만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당정은 한때 검토됐다 제외된 투기지역의 양도세 탄력세율 적용 방안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와 우려
이번 정부 종합 대책은 ‘가진만큼 낸다’는 과세 형평성이 제고됐다는 점에서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과거에 비해 높다.
건설교통부가 국정홍보처와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TNS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2주택자 양도세율 인상과 종부세 기준 강화에 대해 각각 66.2%와 62.0%가 찬성했다. 종부세 가구별 합산과세(75.1%)와 실거래가에 기초한 세금과세(78.1%) 등에 대해서도 70%가 넘는 긍정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대책 시행 후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변화기 없거나 오를 것으로 답한 응답자가 56.8%로 절반을 넘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대신경제연구소도 28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정부 대책이 집값 거품을 걷어내더라도 최고 2010년까지는 가격 거품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구조상 이 시기까지는 81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자산이 팽창하는 과정이라 일시적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은 데다, 2007년 대통령 선거 영향으로 2006년 하반기부터 부동산가격이 재상승해 거품이 빠지려면 2008∼201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연구소의 전망이다.
특히 이번 대책으로 국민 세금 부담이 커지게 돼 침체된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는 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올해 바뀐 세제개편안이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층의 조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결정된 데다 부동산 세제마저 강화할 경우 경기 침체를 심화 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 토지세 과표 50% 인하 잇달아
주택분 재산세율을 잇따라 인하했던 전국 기초자치단체들이 이번에는 토지분 재산세 과세표준을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이는 올해 공시지가 공시일 변경에 따라 토지분 재산세 과표에 2년치 지가상승분이 일시에 반영되면서 세금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정자치부가 내린 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부 기초단체는 세수감소와 시일 촉박 등을 이유로 과표를 낮추지 않을 방침이어서 지역간 형평성 논란이 우려된다.
28일 전국 시ㆍ군ㆍ구에 따르면 경기 성남ㆍ용인ㆍ하남ㆍ화성시 등이 인상된 공시지가의 50%를 감액하기로 결정하고 시세감면조례 개정안을 지방의회에 제출했다. 또 공시지가가 233%나 상승한 연천군을 비롯해 고양ㆍ파주ㆍ이천ㆍ광주ㆍ평택ㆍ구리ㆍ포천ㆍ동두천시와 양평ㆍ여주군도 50% 인하 방침을 정했다. 공시지가가 77.8% 상승한 천안시와 서산시, 연기군 등 충남도내 시ㆍ군도 50% 인하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 이 달 말이나 내달 초 처리할 예정이다.
강원에서는 강릉시와 원주시가 50% 과표인하 조례개정안을 마련했으며 경남에서는 마산시 등 4개 시ㆍ군을 제외한 나머지 16개 시ㆍ군이 지가 인상과 세수 전망 등을 감안해 과표 인하를 추진 중이다. 전북은 현재 14개 시ㆍ군 가운데 군산시 등 13곳이 행자부가 제시한 50% 감면 방침을 수용하기로 했으며 전주시만이 유일하게 30%를 인하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전남도내 22개 시ㆍ군도 대부분 50% 감면을 검토 중이다.
반면 부산지역 16개 자치구는 공시지가 상승률이 평균 11.8%에 불과한데다 올해 재산세 세수가 1,45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20억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감면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시지가 상승률이 41.5%인 대전시 산하 5개 자치구도 감면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나 “정부의 세금보전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세금을 줄일 수 없다”며 당초 과표를 그대로 적용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부산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재산세 감면이 심각한 재정난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9월10일 기한인 재산세 납부고지서 발송 전에 재산세 감면조례를 개정하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행자부는 최근 토지분 재산세 과표를 올해 인상된 공시지가의 50%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개정 지침을 각 기초단체에 보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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