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신에게 건강을 갈구했으나, 신은 보다 나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눈을 멀게 하셨다. 나는 갈구한 것을 얻지 못했고, 눈이 보이지 않지만 내가 바랬던 모든 것을 얻었다.”
25일 오후 미국 워싱턴 시내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전미 평등기회 연차훈련 총회’. 실명을 극복하고 백악관 국가장애인위원회(NCD) 정책차관보로 활동중인 강영우(61) 박사가 남북전쟁 당시 한 무명 군인이 지은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연설을 끝내자 행정부 관리 등 350여명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강 박사는 이날 장애자 및 소수인종의 평등권 보장 업무를 담당하는 미국 공무원들을 상대로 미국 내 장애인, 특히 소수 인종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따스한 어조로 풀어나갔다.
강 박사는 “장애를 가진 청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면 갑자기 모든 지원이 중단되고, 고용에서 의료 보험에 이르기까지 일시에 달라진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된다”며 “장애 청소년들이 성년에 이를 때까지 일괄적인 정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우 박사가 연설을 마친 뒤 두 아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그는 또 장애에 대한 동서양의 인식차를 예로 들며 소수 인종에 대한 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서양인들은 장애아를 낳으면 죄의식을 갖는데 비해, 동양인들은 수치심을 느끼는 등 서로 인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장애가 부끄러워 감추려 하는 동양계 소수 인종들을 위해 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강 박사는 “공직을 봉사로 여기는 서양 사회와 달리 동양에서는 공직자가 곧 지배계급” 이며 “권위적인 사회에서 눌려 살아온 동양인들이 상대적으로 공직사회를 멀리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장애자 지원 혜택도 제대로 못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린 시절 시력을 잃은 자신의 경우 시각 장애자라는 약점이 오히려 가족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술회하면서 두 아들의 근황을 소개했다. 강 박사의 큰 아들 폴(한국명 진석ㆍ32)은 안과의사로 워싱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안과교수연합(UOCW) 멤버 8명 중 한 명이며 지난 5월 조지타운대 임상조교수로 임명됐다. 둘째 크리스토퍼(진영ㆍ29)는 최근 민주당 상원본회의장내 선임 법률보좌관으로 승진했다.
1972년 미국으로 건너가 76년 한국의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 박사는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NCD 정책차관보에 임명된 후 지난해 다시 임명돼 앞으로 3년간 더 활동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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