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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센서스와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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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센서스와 사생활

입력
2005.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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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구주택총조사’로 통칭되는 ‘센서스(census)’의 뿌리는 기원전 5~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에서 사회기강을 감찰하던 직책인 ‘Censor’에 어원을 둔 센서스는 당시 원로원이 시민의 권리ㆍ의무를 확정하기 위해 5년마다 실시한 인구 및 재산의 일제등록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집트나 바빌로니아 등 고대국가에서도 징세와 징병을 위한 호구조사가 있었지만, 그것이 체계화 정례화 과정을 거쳐 국가회계 작성의 기초가 되고 공평 과세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로마에 이르러서였다.

△ 그러나 ‘인구의 규모 및 사회경제적 특성, 주거의 실태를 파악해 각종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를 얻기 위한’ 근대적 의미의 센서스는 그로부터 2,000년 가까이 지난 1790년 미국에서 처음 실시됐다. 그 후 100여년에 걸쳐 유럽국가에선 센서스가 보편화한 것과 달리, 아시아에선 1920년 일본이 효시를 끊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 강점기인 1925년부터 몇 차례 초보적인 센서스가 이뤄졌지만, 공식적인 첫 센서스는 1949년 실시된 인구총조사를 꼽는다. 1960년부터 별개로 실시하던 주택총조사가 인구와 합쳐진 것은 1995년부터다.

△ 센서스는 조사의 시의성과 비용을 감안해 5년 간격으로 0과 5로 끝나는 해에 실시된다. 올해와 같은 5자 해에는 성별 연령 교육정도 혼인 주거형태 등 기본적 항목 위주의 간이 총조사가 이뤄지고 0자 해에는 기본 항목에 노령화 균형발전 등 시대적 과제 항목이 첨가된다.

올해 센서스 실시일은 11월 1~15일. 통계청은 이를 위해 일당 3만6,000~4만원의 조사요원 10만명을 내달 1~ 10일 모집하는데, 취업난 때문인지 ‘다른 직업이 없는 고졸 수준의 학력’을 갖춘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 하지만 통계청의 걱정도 많다. ‘빅 브라더’가 활개치면서 사람들은 더욱 더 옷장 속으로 숨어들기 때문이다. 정보화 세상은 역으로 사생활을 발가벗기고 익명(匿名)이 횡행하는 사회를 만든다. 특히 여론 수렴이나 소비자 기호 파악 등을 빙자한 각종 조사가 거의 ‘공해’수준이고 , 심지어 가구방문 조사가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적잖다.

‘경제 사회 발전계획의 수립ㆍ평가와 각종 학술연구, 민간부문의 경영계획 수립에 활용’하기 위한 국가기본통계조사로선 이보다 더한 천적이 없다. 그래서 통계청은 민간홍보사에 50억원을 주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도 구했다. 남은 일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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