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영국의 더 타임스가 세계 200대 대학의 순위를 발표한데 이어 최근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이 세계 500대 대학의 순위를 발표하였다. 연구능력에 큰 점수를 주었다는 점에서는 서로 비슷하지만, 교통대학의 순위는 전체 점수의 3분의 1을 노벨상 수상 횟수에 배정하는 바람에 과거 지향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예로 스웨덴의 스톡홀름대학은 100위권 내에 들어있지만, 지난 30년 동안 노벨상을 받은 교수나 졸업생으로 국한시킨다면 이 대학은 20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산업혁명을 주도한 유럽의 여러 대학들도 상위권에 있지만 비슷한 실정이다.
더 타임스 조사는 88개국에 있는 1,300여명 학자들의 추천에 전체 점수의 절반을 배정함으로써 신뢰성을 높였다. 아시아와 호주 대학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8개의 아시아 대학들과 6개의 호주 대학들이 상위 50위에 진입하였다.
미국과 영국이 건재하지만 학문의 한 축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서서히 옮겨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프랑스는 2개 대학, 독일은 단 1개의 대학만이 상위 50위에 진입하였다. 한국은 서울대가 119위에 오른 것이 유일하다.
■200大대학에 서울대 1곳
중남미에서는 단 한 개의 대학만이 세계 200대 대학에 들어갔다. 1,300명 학자 가운데 300명이 중남미 학자들이었지만 이들 조차도 중남미 대학들이 우수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칠레에 본부를 둔 ‘Partnership for Educational Revitalization in the Americas (PREAL)’의 책임자이자 중남미 교육 전문가인 제프리 퍼이어 박사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중남미 대학의 부진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국립이 대부분인 중남미 대학들은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만, 대학이나 교수들의 반대로 대학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정부 또한 이를 수행할 적극적인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퍼이어는 정부가 대학을 재정 지원하는 대신에 학생들을 직접 지원함으로써 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오지 않으면 대학 문을 닫아야 하기에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경쟁력을 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 대학 순위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미국 대학들도 생존과 경쟁력 제고는 발등의 불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예산 삭감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주립대학에 대한 주정부의 평균 재정지원은 지난 25년 동안 개인소득 대비 약 15%가 줄었다. 이 비율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감안할 때 더 악화될 전망이며, 2008년도에 최고 수준에 도달할 대학 신입생 숫자를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형편이다.
부족한 재원, 관료주의적 행정, 비효율적인 경영 등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주립대학들은 자구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최근 버지니아 주의회를 통과한 ‘대학 구조 조정 법안’을 눈 여겨 볼 만 하다.
이 법안으로 버지니아 주립대학들은 독자적인 경영 자율권을 보장 받게 되었다. 각 대학이 스스로 등록금을 결정하고 투자를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것이 허용되는 반면, 주정부로부터의 재정 지원은 줄어든다.
대학의 자율권이 늘어나는 만큼 책임도 늘어 대학은 효율적인 운영과 학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또한 등록금 안정, 졸업률 증가, 초중고교와의 연계, 소외계층 고려 등 주정부가 세운 목표를 달성해야 할 의무도 있다.
■대학 자율엔 책임도 따라
교육인적자원부가 9월 정기국회에 제출키로 한 ‘국립대 법인화’ 법안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대학의 순위에 쏟아지는 관심이 보여주듯, 대학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국제 사회에서 국립대의 법인화를 통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다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민숙 미 로드아일랜드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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