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반환점을 맞은 25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권력 이양을 거론하면서까지 거듭 대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노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의 성과와 한계를 설명하고 후반기 국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또 경제회복의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부동산 대책과 불법도청, 양극화 문제 등도 설명했다.
-국민이나 야당이 대연정에 부정적인데 강하게 집중하는 다른 이유가 있나.
“지역을 나눠 죽기 살기로 싸우는 문화를 갖고 어떻게 미래를 약속할 수 있겠나. 역사에서 백성은 항상 옳은 결론으로 걸어갔지만 수백년이 걸린다. 역사 속에서의 민심과 어떤 시기에 감정적 이해관계에서 표출되는 민심을 다르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이 지금 경제가 어려워서 그렇지 이 문제를 결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야당의 대응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나.
“한나라당이 대연정을 받지 않는 것은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것이다. 연정이 위헌이라면 위헌이 아닌 선거제도 협상을 하자는 게 내 요구다. ‘연정 그 정도 가지고는 얽혀서 골치 아프니까 권력을 통째로 내놓아라’ 하면 검토해 보겠다.”
-계속되는 과거사 발언을 상대편 흠집내기나 정치보복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피해자가 있어서다. 국가권력의 도덕성에는 시효가 있을 수 없다. 맺힌 한을 풀어주는 해원굿처럼 상처입은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해줘야 한다. 친일하고 군사독재 했던 사람들이 ‘뭉개고 넘어가자’고 하는데 그렇게는 안된다. 도청은 국가권력의 범죄이기 때문에 97년 대선자금보다 훨씬 더 큰 문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이 잘못 설정된 것 같다.
“역대 정부가 계속 실패한 이유는 기득권층의 저항 때문이다. 총론에는 동의해놓고 각론에 들어가면 공격이 시작된다. 10ㆍ29 대책도 호랑이 그리려다 표범보다 작은 호랑이를 그리는 데 그쳤다. 지금 가장 많은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부동산 부자들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투기를 발붙이지 못하게 해 재건축 아파트 안 샀던 사람들이 잘했다고 말할 시간이 온다.”
-‘부동산도 세금으로 잡겠다’고 하면 중산층ㆍ서민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참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성공한 나라들은 국민부담률이 50%를 넘는다. 우리는 국민부담률이 25%이고 조세부담률은 19%다. 40%, 50%로 올리자는 건 아니지만 단 1%라도 올려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가면 참 좋을 것이다.”
-한미관계의 원칙과 입장은. 북핵 문제는 해결국면에 접어들었나.
“참여정부가 내세울 만한 정책분야가 한미동맹 부분과 북한 핵 문제다.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인만큼 미국의 영향력 행사를 수용할 만큼은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한테 불리하고 억울한 것도 말 못하고 수용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미국 말만 나오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참여정부의 자주국방ㆍ자주외교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차근차근 가고 있다. 한미관계가 약간 수정되면 ‘삑’ 소리가 나지만 탈선하지 않는 수준으로 궤도 위를 가면 좋겠다.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는 한국의 발언권이 좀 있는 것 같지 않나. 한때 무력행사 얘기가 나왔지만 ‘안된다. 택도 없다’ 이렇게 해서 대화에 의한 해결로 바뀌었고 지금은 평화적 이용까지도 될 것 같다.”
-참여정부 전반기는 ‘갈등의 전성시대’와 같은데.
“대통령 후보로서 공약할 때 핵심은 개혁과 통합 두 가지였다. 개혁 부분은 어쨌든 상당 부분 변화가 있었지만 통합 부분은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부안 방폐장은 17년 동안 미뤄온 정책과제라 더 미뤄 둘 수 없어서 덤벼들었는데 성급했던 것 같다. 정부의 정책문제가 아니라 포괄적인 우리 사회의 문제다.”
-경기침체 전망이 많은데 낙관적 전망의 근거가 있나.
“2003년 6월 600포인트 아래였던 주가가 지금은 1,100수준이다. OECD도 내년에 5.2% 성장률을 유지하면 우리가 회원국 가운데 4위가 될 것으로 본다.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은 소심하거나 정치적으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다.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에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이는 세계적인 현상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계 최악은 아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