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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다민족사회 준비됐나

입력
2005.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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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한국인들은 친절하다고 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물어보면 거개가 이렇게 말한다. 반면 한국처럼 배타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나라는 드물다는 지적도 낯설지 않다. 이런 이중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부유한 나라 사람이나 백인에게는 친절하고 가난한 국가 출신이나 유색인종은 차별하고 멸시하는 경향이 짙다.

외국에서는 다를까.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 나가면 ‘어글리 코리안’이 된다. 안하무인 격인 태도와 말투에는 “못사는 것들이”하는 천박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들의 부와 문화에 잔뜩 주눅들고 콤플렉스에 젖는다.

■외국인 노동자 신부 급증

인종과 국적을 서열화 하는 의식이 은연중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국내에 들어 온 외국인 노동자(특히 동남아지역 출신)들은 단박에 알아챈다.

지하철에서 자리가 있는데도 옆에 앉지 않으려 할 때, 나이에 관계없이 무조건 반말과 고함을 내지를 때, 밀린 월급 달라니까 불법체류 운운하며 협박할 때, 작업장에서 실수하면 주먹부터 날아올 때, 이들은 한국이 어떤 나라라는 것을 알아봤다. 출신국적과 그 나라의 경제력, 인종에 따라 ‘몸값’을 달리 매긴다는 것을 말이다.

건설현장과 소규모 공장, 광산 등 우리 젊은이들이 힘들고, 지저분하고, 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기피하는 곳에는 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묵묵히 구슬땀을 흘린다. 35만 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중소기업 거의 전부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촌은 사정이 더하다. 시골마을마다 필리핀이나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출신 주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농촌 총각 5명 중 1명이 외국인 아내를 두었다.

한국인 신부를 얻기 싫어서가 아니라 도시 처녀들이 농촌에 시집가기를 꺼려서 생긴 현상이다. 그나마 이들 때문에 오랫동안 끊긴 아이 울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고 값진 노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외국인 신부들이 낳은 이른바 ‘코시안’은 수만 명에 이른다. 피부 색깔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이들은 분명 한국인이다.

고령화ㆍ저출산 사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필연적으로 다민족사회를 부른다. 미국이 다민족 다인종 사회가 된 것도 바로 노동력 부족 때문이었다.

예상보다 2년 빨리 올 상반기 인구감소가 시작돼 충격에 빠진 일본은 재정백서에서 양질의 외국인 노동력을 흡수할 것을 호소했다. 이민자 대규모 유입을 유러피언 드림 성취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유럽은 차별 없는 사회 만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국으로 분류된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시급한 처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50년에도 2000년 수준의 노동력(총인구 대비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50년간 전체 인구 대비 35% 이상의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이지만 적어도 1,500만 명 규모다. 농촌 총각들의 결혼난이 숨통이 트이려면 앞으로 국제결혼 부부가 10만 쌍 정도는 더 늘어나야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단일민족 환상 벗어나야

이제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환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시대에 맞지않는 순혈주의(純血主義)도 떨쳐버려야 한다. 한국 경제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인권과 평등이 보장된 다양화, 다원화된 사회를 지향하자는 차원 높은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정작 노동력이 필요할 때 한국에 질린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유럽으로 일본으로 떠나갈 때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지 몰라서 하는 얘기다. 미래를 내맡겼으면 그들을 잘 대접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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