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MBA(경영학 석사) 바람이 거세다고 한다. 시장경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7-8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MBA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 등에서 공부한 유학파들이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MBA 수요가 늘자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 내 유수 대학들이 MBA 과정을 개설하기 시작, 현재는 MBA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이 95개에 이른다. 중국에서 MBA 출신들은 취직이 잘 될 뿐 아니라 높은 수입을 보장 받을 수 있어 너도나도 MBA를 지원, MBA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 세계 무대에서 중국 경제의 비중이 커지면서 중국 MBA의 국제적 위상도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중국 MBA 때문에 미국의 경영대학원들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러 때문에 미국의 유학생 규제가 심해진 탓도 있지만 학비가 싸고 취업 기회가 많아 아시아의 학생들이 중국의 MBA과정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MBA과정 개설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측도 외국의 유명 교수들을 영입,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어 중국 MBA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 북한에도 머지 않아 MBA과정이 개설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사회주의 중앙계획경제를 고집하는 북한에서 자본주의 기업 경영 실무를 가르치는 MBA과정이 개설되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이미 스위스 개발협력청(SDC)이 지원하는 평양 비즈니스 스쿨이 지난 7월 개교, 경영관리 실무를 가르치는 단기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기업 경영관리, 원가와 가격 개념, 전자상거래, 광고와 홍보 관리, 마케팅 전략 등을 가르치는 이 과정은 내달 30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할 예정이다.
▦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주체사상에 익숙한 북한사람들에게 개인의 이익 창출은 생소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2002년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북한에도 이미 원가와 이윤 개념이 도입됐다.
중앙계획은 공업 총생산액 등 중요 지표에 한정되고 세부계획 수립권한이 지방과 연합기업소에 위임돼, 그만큼 기업의 자율성이 높아졌다. 북한은 이 조치들이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의 의지와는 달리 이미 시장경제로 깊숙이 발을 들여 놓았는지도 모른다.
이계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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