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아버지와 아들 사이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도 시골에 가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도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송이밭이다.
송이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 나기 시작한다. 시골 우리집 산에도 송이가 나는 건 틀림없는데, 우리는 단 한 번도 그 산에서 송이를 따 본 적이 없다. 아버지 혼자 슬쩍 뒷짐 지고 나가셔서 송이 몇 개를 따오신다.
아들들이 아무리 가르쳐 달라고 해도 송이 나는 곳은 부자간에도 말해주는 법이 없다며 가르쳐주시지 않는다.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아들한테도 안 가르쳐주냐고 섭섭한 기색을 보이면 이렇게 말씀하신다.
“크게 대단한 거야 없지. 그렇지만 아들이 다섯인데 어느 한 아들에게만 가르쳐주냐? 그리고 한 번 가르쳐주면 너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밭 전체를 밟고 파헤쳐 아마 다음해부터는 송이 구경도 못할 거다. 애비가 밭을 안 가르쳐주고 이렇게 야박하게 하는 덕에 그래도 너희들이 매년 송이 맛을 보는 줄 알아라.”
그 말이 아무리 정답이라 하더라도 올 추석엔 또 그 밭을 알아내려고 다섯 아들이 서로 얼마나 애를 쓸까. 벌써 시장에 송이가 났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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