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칭찬할 줄 아는 감독이 되겠습니다.”
한국농구의 간판스타 박찬숙(46)이 여자농구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대표팀 사상 여자 감독은 처음이다. 30년 전인 1975년 숭의여고 시절 16세의 어린 나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딱 30년 만이다.
쇄도하는 축하전화에 정신이 없다는 그는 “대표팀 감독은 오랜 꿈이었다”며 “전술이나 훈련도 중요하겠지만 선수들 스스로 ‘나는 최고의 선수’라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데 우선 신경을 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 감독은 10월 마카오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대회에서 감독 신고식을 치른다.
“화려한 선수 시절에 걸맞은 감독이 되고 싶다”는 말처럼 그는 한국 여자농구의 얼굴이다. 1975년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된 그는 이후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농구의 든든한 대들보로 맹활약했다. 1979년 서울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이끈 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대표팀 센터로 뛰며 올림픽 구기 종목 사상 첫 은메달의 쾌거를 이뤄냈다. 1985년에 정든 코트를 떠난 박 감독은 1988년부터 4년간 대만 실업팀에서 선수로 활약하다 1992년부터 실업팀 태평양화학 코치와 염광여중 감독 등 6년여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
농구중계 해설위원을 하며 농구와의 인연을 끊지 않은 박 감독은 올 5월 부천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 월드리그 예선전에서 대표팀 코치에 전격 선임돼 7년 만에 코트에 복귀했다. 그는 이어 6월 중국 친황다오에서 열린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박명수(우리은행) 감독과 함께 팀을 준우승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그는 ‘맏언니 리더십’을 강조한다. “제 지도자 철학은 인화(人和)입니다. 기술 하나를 가르치기 보다는 갖고 있는 기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감독의 몫이죠. 선수가 감독에게 다가와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가족 같은 대표팀을 만들고 싶어요.” 여자농구가 침체에 빠져 있어 항상 속상하고 안타까웠다는 그는 “선수 시절의 기억은 잊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여자농구의 부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여자농구에서 감독은 대부분 남자들이 맡아왔다. 이제는 여자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물론 동아시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이지만 단순히 결과만 가지고 평가받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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