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노무현 대통령의 시국 인식과 국정태도가 매우 걱정스럽다. 그제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 석상에서 나온 발언들을 종합해 보니 집권 전반기 실정(失政)에 대한 반성이나 미래에 대한 생산적인 희망을 전혀 찾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의 이런 문제는 “지금의 민심이라고 해서 그대로 수용하고 추종만 하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라는 말과 “권력을 통째로 내 놓으라면 검토해 보겠다”는 말 두 마디에 압축돼 있다.
참여정부의 지난 치적을 성공적으로 여기는 시각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대통령이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면 오랜 만에 전국민을 상대로 한 자리에서 일단 이 점에 대해 성실히 사과하는 것이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상식이다.
오히려 노 대통령은 “단기적으로 보면 백성이 항상 옳은 쪽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했고 “국민들의 감정적 이해관계에서 표출되는 민심을 다르게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자신은 정당하고 옳은 데 국민이 어리석어 이를 모른다는 투의 항변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29% 지지도를 갖고 국정을 계속해서 운영하는 것이 책임정치의 뜻에 맞는 것인가”라고 자탄하고 있다.
대통령의 진의와 본심이 무엇인지 평범한 국민들로서는 도무지 따라잡기가 혼란스럽다. 또 지난 2년 반 동안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삶을 책임졌던 대통령에게서 이런 원망과 탄식을 들어야 하니 국민은 참담하다. 노 대통령에게 정권을 맡긴 것이 국민이었고, 동시에 그 대통령에 대해 등을 돌려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주체도 바로 그 국민 아닌가.
대통령제 아래 20%대 지지도는 국가적 위기이다. 그런데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대통령은 그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고 있다. 뿐인가. 부동산대책의 실패를 말하면서 그 원인을 부동산 부자라는 외부에, 또 주무 장관과 당정협의와 국회에 돌렸다. 최고 권력자로서 변명도 이런 변명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원인과 결과를 뒤섞어 자기 합리화에 빠져 있는 대통령을 보았다. 그러니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는 헌정 파괴적 발언도 나올 수 있겠다 싶다. 노 대통령은 충격과 혼란을 만들어 내는 ‘발언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 지지 만회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대통령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권력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남은 임기 대통령직에 성실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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