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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정 문서 공개/ 박정희정부 외교적 노력…'굴욕회담' 인식 고쳐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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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정 문서 공개/ 박정희정부 외교적 노력…'굴욕회담' 인식 고쳐질 수도

입력
2005.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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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정 문서 공개는 현대사의 공백처럼 남아있던 14년간(1951년~65년)의 한일협정 과정을 역사의 양지로 끌어낸 것으로, 역사적ㆍ정치적 재평가 작업을 촉진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한일협정 평가의 주류는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자금마련 필요성과 미국의 압력이 결합돼 이뤄진 ‘굴욕회담’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세한 협상과정 공개로 한국 정부의 진의와 외교적 노력이 상당했음이 드러나 긍정적 평가의 계기가 마련된 측면도 있다.

문서 공개로 드러난 쟁점 중 현재적 의미가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역시 독도 문제와 협정 체결 당시 논의되지 못했던 한국인 피해자들의 보상을 둘러싼 한일간 외교적 논란이다. 특히 독도에 대한 일본의 야욕이 문서 공개로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남에 따라 향후 한일관계의 독도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40여전 청구권 자금을 미끼로 독도를 한일간 영유권 분쟁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 집요한 공작을 벌였다. 올 2월 독도의 날을 제정한 일본의 움직임이 40여년 전부터 이어져왔음이 드러났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에게 깊은 분노를 각인 시킬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 우리 정부의 대응도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시 정부가 한일협정에 대비, 간도가 우리 영토이며 청일간 간도협약이 무효라는 입장을 내세운 사실은 향후 대중국 관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은 지난해 국회에 출석, 간도가 우리 땅임을 주장하는 입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문서 공개의 가장 직접적인 파장은 일제 하 강제징용ㆍ징병 피해자 등의 국내보상과 군대위안부 등 협정체결 당시 논의되지 않았던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한일 협정을 통해 한국 정부가 받은 일본의 청구권 자금이 개인 피해자들의 몫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경제개발 자금으로 전용한 사실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보상받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관련 보상법 제정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일간에는 군대위안부 등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공방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북일간 수교교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결국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이뤄진 문서공개가 과거 쟁점들을 재점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번 문서공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배후에서 협상을 좌우했던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김종필 중앙정보부장 등의 종적을 드러내는 문서들이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협상 참여 인사들의 메모 등 개인기록도 전무하다. 당시 쿠데타 세력의 흔적은 63년 5대 대선 전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어업협상 양보안을 공개하지 말자고 결정하는 중정과 국가재건 최고회의 관계자들의 대책회의를 통해 유추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한일 국교 수립에 미친 미국의 영향력도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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