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이뤄질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미국 방문의 형식과 예우를 둘러싸고 외교적 혼선이 빚어지면서 양국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쿵취안(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후 주석이 내달 5~17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폴 마틴 캐나다 총리,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을 국빈방문(國事訪問)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악관측은 이 같은 발표에 손을 내저으면서 국빈방문이 아닌 실무 방문임을 애써 바로 잡았다. 백악관측은 “각국 정상들의 백악관 방문 형식은 각기 다르고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며 “후 주석의 방문 시 국빈방문의 상징인 백악관 만찬도 예정에 잡혀 있지 않고 정상간의 공동성명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다만 후 주석은 환영예포 발사와 함께 워싱턴에서 환대 받을 것이며 백악관 맞은 편에 위치한 블레어하우스에서 머물게 될 것이라고 백악관측은 설명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측은 이 같은 백악관의 발표에 강력히 항의했다. 특히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이 11월 중국을 답방 할 때 후 주석의 이번 방미에 대한 응수로 격을 낮추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격앙된 분위기가 양국 정상간의 회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26일 익명을 요구한 중국 외교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최근 미 의회 등의 강력한 견제로 미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에 실패한 것과 관련, 미국의 경제 규제에 대한 중국측의 쌓인 불만이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개진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도 “후 주석이 부시 대통령에게 두 나라 에너지 기업인수 합병에 정치가 개입되지 않길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 ‘비즈니스는 단순히 비즈니스로만 이뤄져야 한다’는 후 주석의 매서운 말끝에 부시 대통령은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게 될 것 ”이라고 예상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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