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소득세율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공제 폭을 약간 줄이기로 결정함에 따라 봉급 생활자의 근로소득세 부담이 20~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봉급 생활자의 연봉이 물가상승률에 맞춰 대부분 인상돼 누진세인 근소세가 큰 폭으로 뛰기 때문이다. 반면 자영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율 및 증여세는 줄어든다.
가상의 ‘보통 월급쟁이’가 느낀 내년도 세액 변화를 통해 2006년 세부담 규모를 알아본다.
이 남성의 2005년 연봉은 약 3,900만원으로 자녀는 두 명, 부인은 전업주부다.
회사가 2006년 임금을 6% 올려 3,900만원이던 연봉이 약 4,100만원으로 늘었다. 월급봉투가 두둑해진 만큼 정부가 가져가는 세금도 늘어났다. 재테크에 밝은 동료 A는 임금보다 세액 인상 비율이 훨씬 크다며 연초부터 볼멘 소리다.
세금 부담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부분은 단연 근소세다. 나의 경우 근로소득공제액(2005년 1,311만원, 2006년 1,334만원)을 제외한 과세대상 근로소득금액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2,552만원, 2,761만원 수준이다. 반면 연금, 건강보험료 및 소비 수준 등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해도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줄어 전체 공제액은 분명 감소할 것이다.
지난해 20%였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올해 15%로 줄었다. 올해 카드 지출을 지난해와 비슷한 1,000만원 정도로 유지한다고 해도 공제액은 84만원에서 58만원으로 26만원이나 줄어든다.
총급여에서 각종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을 산정해보니 지난해(1,634만원)보다 14% 늘어난 1,868만원이 나온다. 소득세율(1,000만원_4,000만원_8,000만원 각각 8%_17%_26%)은 지난해와 같지만 1,000만원 초과분에 대한 세율이 높으니 과세표준 상승률보다 세금 인상률은 더 높아진다. 그 결과 근로소득세액공제 50만원을 제한 후 지난해와 올해 근로소득세는 각각 138만원, 178만원이다. 액수로는 40만원, 인상률은 무려 29%다.
함께 계산기를 두드리던 A가 기분이 나쁜지 “소주나 한잔”을 외친다. 회사 앞 단골 식당에 가서 계란 말이와 소주 한 병을 시켰는데 3,000원 하던 소주 값이 3,500원으로 올랐단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에게 따지자 “소주에 붙는 세금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올해 소주 및 위스키의 세율은 지난해 72%에서 90%로 18%포인트 올랐다. 소주의 세전 출고가는 376원 정도로 한 병 당 약 97원의 세금이 더 붙는다. 일주일에 소주 네 병씩 먹는다고 가정하면 1년에 약 200병, 소주 세금으로만 연간 2만원이 더 나가는 셈이다. 식당들이 이참에 소주 값을 500원씩은 올린다고 치면 올해 소주 값으로만 10만원을 더 쓰게 생겼다.
식당 주인에게 “세금 때문에 살기 힘들다”고 넋두리를 했더니 의외로 “올해부터 음식점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가가치율이 40%에서 30%로 줄어서 기분이 좋다”는 답이다. 연간 4,000만원 매출을 올리는 이 식당의 경우 연간 부가가치세 부담은 1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줄어든다.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과 만났는데 요즘 아버지에게 재산을 물려받아 조그마한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아버지가 올해 ‘창업자금 사전상속제도’가 도입되는 것을 알고 결심을 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까지는 10억원을 물려주면 증여세율 30%를 적용해 2억3,1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그러나 올해 새 제도 도입으로 증여세율이 10%로 줄면서 세금은 5,000만원 밖에 내지 않았고 실제로 상속이 될 때 4,000만원만 더 물면 된다.
물가 상승에 맞춰 월급 6% 더 받지만 세금은 30%나 더 내야 하는 월급쟁이 사정에 비해서 식당 아주머니와 고교 동창의 사정은 한결 나아보인다. 국가재정이 빈약하다고 말하던 정부는 올해도 ‘유리지갑’ 월급쟁이의 지갑에서 세수를 채우려는 전략을 세워둔 모양이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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