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종합대책 마련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예상대로 ‘선의의 피해자 구제론’이 득세하고 있다. “중과세를 해도 실수요자 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결국 서슬 퍼렇던 ‘2주택 양도세 중과’ 계획은 유예와 예외가 많아지게 됐고, 보유세 강화기조도 처음보다는 한층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선의든 악의든 ‘피해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자라면 뭔가 손실을 봐야 하는데, 양도세율 인상으로 손실보는 2주택자는 없다. 다만 이익이 줄어들 뿐이다.
오히려 60% 세율로 양도세를 부과해도 남는 40%는 시중 금리수준을 감안할 때 여전히 탁월한 수익률이다. 세율이 70%라도 마찬가지다. 존재하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 아닌 2주택자들의 조세저항 뿐인데, 이들의 원금도 아닌 매매차익까지 왜 정부가 보호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보유세 인상도 같은 맥락이다. 보유세는 주택보유의 기회비용이며, 기회비용이 기회이익보다 클 때 수요는 비로소 억제된다. 판교에서 경험했듯 보유세 강화 없는 공급 확대는 오히려 ‘인화(引火)’성 재료가 될 뿐이다. 이른바 ‘부녀회· 반상회 집값담합’도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결국은 ‘집값을 올리면 세금 때문에 허리만 휜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보유세 강화로 다스려야 한다.
보유세 인상은 1주택자에게도 부담이겠지만 이젠 세금도 관리비처럼 필수비용으로 볼 때가 됐다. 지불능력에 따라 집을 선택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대책을 ‘혁명’하듯 밀어붙여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시작부터 고삐를 늦춘다면 이 싸움의 결과는 뻔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목표가 단지 집값의 추가상승을 막는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가격하락을 유도하려는 것인지부터 밝혀야 할 것 같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