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강간죄 입법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1970년 대법원이 ‘남편이 폭력을 써서 강제로 간음했다 해도 부부 간에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이후, 30여 년 간 검찰은 부부 강간에 대해 대부분 기소조차 하지 않아 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원치 않는 아내를 강제 추행한 남편에게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부부 사이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되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 6월 24일 부부 간 성폭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심포지엄을 열기에 앞서 배우자 성폭력과 간통문제를 비롯한 기혼 남녀들의 성 관련 실태와 법적대응방법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3월초부터 4월 중순까지 전국의 기혼남녀 1,0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하였다.
조사결과 배우자의 성폭력에 대해 ‘강간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41.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가정폭력으로 처벌해야 한다’가 27.6%로 뒤를 이었다. 결과적으로 응답자의 68.9%가 부부 성폭력에 대해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조사 및 심포지엄을 열게 된 것은 최근 기존의 가치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부 간 성 문제 및 외도 등으로 이혼이 증가하고 부부갈등이 첨예화하는 양상이 두드러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일단 최근의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부간 성폭력에 있어서 이를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이라는 대원칙에 비추어 보면 논란의 여지도 사실 그다지 있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부부 문제를 형사 사건화 할 경우 가정붕괴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이미 가정폭력특별법의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논란이 된 내용이다. 실제 상담을 해 보면, 가정폭력에 몸서리치는 많은 여성들이 폭력 이후에 행해지는 강제적 성 관계에 무방비로 노출된 끔찍한 경험에 대해 많이 토로한다.
이 여성들에게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저 맞거나 혹은 강제적으로 성 관계를 당하더라도 참고 살라는 것인데, 한 가정의 아내나 어머니가 이런 수치심과 모욕감을 감당하며 유지하는 가정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묻고 싶다.
사실 부부간 성폭력은 가정폭력의 문제라기보다 형법상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는 법학자들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보며, 건강하고 평등한 가정을 위해 입법ㆍ사법 당국자들의 의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본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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