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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관도 대통령도 법 아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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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관도 대통령도 법 아래 있다

입력
200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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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도청사건으로 다시 불거진 97년 대선자금 문제를 수사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은 정경유착의 비리구조는 이미 확인됐으므로 새삼 과거를 뒤지는 것은 국력 낭비라고 말했다.

모처럼 넓은 안목으로 정치사회적 논란을 수습하려는 노력으로 볼만도 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대선자금 수사를 외친 것과는 전혀 딴판인 것에 혼란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따지기에 앞서, 정치적 판단을 기준으로 검찰 수사가 바람직한지 아닌지 언급한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도청자료에 근거한 범죄혐의 수사가 법 원칙과 어울리는지 견해를 밝히는 것은 모를까, 이미 두 차례 수사를 받은 이회창 후보에게 너무 야박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수사 여부는 검찰이 법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여기에 법 원칙과 무관한 소신을 피력한 것이 수사 간섭으로 비칠 것은 당연하다.

과거청산을 고집하던 대통령이 갑자기 다른 면모를 보인 의도를 순수하지 않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97년 삼성 대선자금을 뒤지면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건드려 가뜩이나 격앙된 DJ측을 한층 자극할 우려가 있다. 이 후보를 다시 수사하는 것도 연정 구상에 장애가 될 수 있다. 특히 2002년 삼성 대선자금에는 노 대통령도 얽힌 점이 이런저런 추측을 낳고 있다.

정치적 의도를 헤아리는데 매달릴 건 아니다. 다만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대선자금을 수사하라고 검찰을 압박하던 정부여당이 하루아침에 말을 바꾸는 것은 정부의 신뢰를 낮추고 국민의 법 감정을 해칠 것을 알아야 한다.

도청 논란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애초 정치세력과 사회가 함께 법 원칙을 무시하고 강파른 논리에 집착한 탓이다. 시민단체와 장관과 대통령을 가림 없이 모두가 법 아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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