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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잃어 버린 달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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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잃어 버린 달그림자

입력
200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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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카 아이가 묻는다. “밤에 불이 없으면 정말 깜깜해요?” “그럼 깜깜하지.” “얼마큼 깜깜한데요?” 이 아이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다. 가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에 내려간다 해도 시골집 역시 아이들이 와 있는 동안엔 밤새 외등을 밝힌다. 말만 중학생이지, 아직 완벽하게 깜깜한 밤을 보지 못했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주면 이해할 수 있을까. “너, 지금 불 다 끄고 화장실에 들어가봐. 얼마나 깜깜한지.” “그거야 안 들어가 봐도 알지요.” “그래. 불이 없으면 밤은 그만큼 깜깜해.”

설명하고 난 다음 생각해보니 나 역시 완벽하게 깜깜한 밤을 경험해 본 지 꽤 오래 되는 것 같다. 구름까지 끼어 달도 별도 없는 밤, 산과 하늘이 맞닿은 공제선조차 구분되지 않던 그런 칠흑 같은 밤을 본 게 언제인지 내 스스로도 아득하다.

예전에는 밤이 늘 그런 줄 알았다. 시오리 산길을 걸어 시내의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런 밤에 산길을 밝혀주는 달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도시에 올라와 이따금 달을 쳐다보긴 해도 그 시절 나를 따라 다니던 오랜 길동무 같은 달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불빛에 어느 사이 벗 하나를 잊고 산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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