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정계비에서 조선과 청(淸)이 국경으로 삼았던 토문(土門)강이 두만강이 아니라 쑹화(松花)강 지류임을 중국 정부가 1960년대 비밀 외교문서에서 공식 인정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포항공대 박선영(중국근현대사) 교수는 25일 중국이 두만강을 지칭하는 용어인 도문(圖們)강과는 다른 토문강이라는 명칭을 사용, 이 강의 위치를 좌표로 명시까지 한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 의정서 사본을 공개했다. 조중변계조약은 1962년 10월 북한과 중국이 비밀리에 체결한 국경조약이다.
토문강은 당초 조약 내용에는 들어있지 않다가 64년 3월 백두산과 압록강, 두만강 전체 국경을 상세히 분할한 의정서에 포함됐다.
의정서는 제7조에 ‘국경선은 9호 대평 경계 팻말에서 흑석구(黑石溝:토문강)를 지나 10호 소형 경계팻말까지 이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8조에서는 10호 팻말의 위치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9호 팻말에서 동쪽으로 1,229m 떨어진 곳으로 서쪽 비탈 약 80m 지점이 흑석구(토문강)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의정서는 또 9호 팻말의 위치를 ‘대각봉(大角峰) 북쪽 산언덕의 1,951.8m 고지 동경 128도 09분 44.4초, 북위 42도 01분 20.9초’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북한에서 제작한 5만분의 1지도에서 이 지점에 물줄기가 표시된 것을 확인했다. 최근 백두산정계비 터로 확인된 천지 동남쪽 4㎞ 지점에서 발원한 이 물줄기는 정북동 방향으로 흘러 중국의 오도백하(五道白河)로 흘러 들어간다. 오도백하는 쑹화강의 지류이다.
의정서에는 또 압록강과 두만강에 있는 451개 섬의 귀속을 정한 표에 중국 정부가 존재를 부인해왔던 ‘간도(間島)’라는 섬을 명시하고 중국에 귀속한다고 정한 것도 확인됐다. 중국은 간도를 조선인과 일본인의 날조라고 주장해왔다.
박 교수는 “조약 체결 당시 중국 정부는 국경 획정과는 별개로, 역사적인 사실은 사실로 인정하자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중국이 토문강과 두만강이 다른 강임을 외교 문서에서 밝혔다는 것은 수백 년 지속된 간도 분쟁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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