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98년 국회에 예산을 신청해 구입하려 했던 디지털휴대폰 감청장비(본보 25일자 1면 보도)는 현재도 널리 쓰이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폰 감청을 위한 것이었던 사실이 25일 확인됐다.
검찰은 그동안 수차례 수사를 통해 “CDMA 휴대폰 도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휴대폰 감청장비는 보유하지도, 보유하려 시도한 적도 없다”고 말해왔다.
법무부와 대검에 따르면 검찰은 98년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99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디지털휴대폰 감청기 1대 구입비용으로 25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3억2,500만원)를 신청했으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 등 당시 야당측의 반대로 예산을 배정 받지 못했다.
대검 관계자는 “당시 CDMA 방식의 감청장비를 염두에 두고 예산을 신청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때까지 검찰이 사용하던 아날로그 휴대폰 감청장비가 사실상 용도폐기 되면서 새 방식인 CDMA휴대폰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당시에도 완성된 장비가 나와있던 상황은 아니었으며 ‘CDMA형 감청기도 개발 가능하다’는 모 업체의 제안을 받아 연구개발 목적으로 예산을 신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도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법무부 검찰예산 담당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은 ‘디지털휴대폰감청기’라는 장비 구입을 위한 예산을 신청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수 차례 부인했다. 그는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이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고 하자 “그 자료는 조작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25일 법무부 측은 “어제 담당자의 답변은 최종 통과된 예산안에 디지털휴대폰 감청기가 없다는 취지였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신청안에는 들어있는 게 맞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그러나 철저한 확인 없이 단정적으로 ‘신청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하고 조작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이날 “최종 확인 결과 98년 이후로는 디지털휴대폰 감청기 예산을 신청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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