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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6) 질병의 초기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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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6) 질병의 초기 신호

입력
200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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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걱정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암이나 중풍, 치매 같은 큰 병에 걸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런 병에 걸려 죽지도 않고 불구가 되어 오래 살아 자식들에게 누가 되는 일이랍니다.

아마 효도하는 마음가짐이 이전만 못해서 그렇겠습니다만 여러 가지 증세로 혹시 큰 병이 아닌가 해서 진료실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암은 조기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초기 증세에 관심을 둬야 하겠습니다. 어떤 증세는 암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경고해 병원을 찾게 합니다. 다행히 별로 심각하지 않은 병에서도 비슷한 증세가 나타납니다만, 암의 경고 증상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어떤 경고 증상은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모호한 증상으로 나타나 특정 암의 진단에 별로 도움을 주지는 못합니다만, 일단 그런 증세를 보고 의사가 진찰하고 검사해서 병을 진단하거나 배제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어 체중감소, 피로, 식욕부진이 그런 증세입니다. 체중이 몇 달 사이에 10% 이상 빠지고, 평소 잘 먹던 사람이 식욕을 갑자기 잃었다거나 잘 다니던 사람이 피로가 심해 평소 활동량의 반으로 줄었다면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워낙 많은 질병이 이 같은 증세를 일으키기 때문에 지나치게 암을 걱정하기 보다는 일단 진찰을 받으면 되겠습니다.

반면 어떤 증세는 상당히 특이해 특정 암을 의심케 하고 심지어 암 발생 부위를 찾는데 도움도 됩니다. 예를 들면 이유 없이 소변이나 대변에 피가 보일 때, 만성 기침을 하거나 객담에 피가 섞여 나올 때, 이유 없이 변비나 설사 같이 배변습관이 바뀔 때, 한달 이상 지속되는 소화불량, 새롭게 발생한 계속되는 통증, 림프선이 부을 때가 그렇습니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구체적인 경고 증상으로 보고 진단 조사를 해서 반드시 암을 배제해야 합니다. 또 이런 개별 증세 보다는 여러 가지 증세가 복합되어 있다면 질병 진단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뇌혈관질환도 걱정거리 입니다. 중풍은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그 부분이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되어 감각 이상 혹은 마비, 운동 마비 등의 증세가 나타납니다.

대개 신체의 한 쪽에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서 점점 진행하기도 하고, 운 좋게 일과성으로 잠시 그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정확히 진단해서 필요한 치료 혹은 예방 조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 쪽 손발이 저리다고 모두 중풍은 아닙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손목을 지나는 신경이 압박돼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인데 이런 병은 중풍처럼 중추신경 마비가 아니라 말초신경 질환으로 잘 치료되고 후유증도 없습니다.

주위가 빙빙 도는 어지럼증도 뇌혈관질환에 나타나지만 평형기관과 관련된 귀 질환에도 흔히 나타납니다. 또 주위가 빙빙 돌지는 않고 그냥 ‘아찔’하고 마는 증세는 뇌혈관 질환과는 크게 상관이 없겠습니다.

심한 건망증으로 치매를 걱정하는 분도 많습니다. 물건 둔 곳을 못 찾는다든지, 약속을 잊어버리고 이름을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경우와 같은 인지 장애가 노인들에게서 흔히 보입니다.

노인이 되어 기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대개 기억해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이며 여전히 명료한 의식과 능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지 장애는 단순한 집중력 장애일수도 있고, 우울증 같은 정신 장애에서도 보입니다. 대표적인 치매 증상을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비가역성의 인지장애는 단순한 기억력 장애에 그치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든지 익숙한 장소에서도 길을 잃고, 지시에 잘 따를 수 없으며, 때와 장소를 잘 모르고, 아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성격과 행동에도 심각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족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초기 증세로만 심각한 질병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증세를 무시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평소에 자신의 몸의 변화를 잘 알고 있다면 조기 진단도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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