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은 어쩌면 영국인들의 오만과 편견이다. 그렇더라도 예술, 특히 연극하는 이들에게 셰익스피어란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다.
삽상한 가을 하늘 아래로 셰익스피어가 다시 살아 온다. ‘지금, 이 곳’의 셰익스피어로 거듭 나는 것. 국립극장과 의정부 예술의전당이 16세기 유럽의 연극을 한국의 성정으로 환골탈태 시킨다.
국립극장의 ‘2005 셰익스피어 난장’.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벌어지는 놀이판이다. 하늘극장, 달오름극장, 별오름극장 등 국립극장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데다 인근 동국대 예술극장까지 출동 시켰다. 우리 시대와 어떻게 만날 것인지에 대한 모색이 보다 대담해졌다.
하늘극장에서 공연되는 공식 참가작은 3편이다. 국립극단의 ‘베니스의 상인’에는 중세 의상과 힙합의 충돌이 볼 만하다. 고리대금 업자 샤일록 등 구세대의 거드름과 위선에 젊은이들은 힙합으로 표현되는 그들만의 감성으로 맞선다. 오영수 우상전 등 국립극단 배우들의 연기, 고전극의 재해석에 집중해 온 박재완의 연출이 합쳐졌다.
9월 6~15일 공연으로 난장의 시작을 알린다. 21~29일에는 연희단거리패의 ‘햄릿’(연출 이윤택) 공연이, 10월 3~9일에는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연출 오태석)이 이어진다.
공식 참가작 외에 초청작들도 만만치 않다. 9월16~18일 일본의 쿠나우카 극단이 달오름극장에서 펼치는 ‘맥베스’(연출 미야기 사토시)는 노(能) 양식으로 재해석된 셰익스피어를 보여 준다.
또 22~27일 동국대 예술극장에서 이 학교 연극학과 졸업생들이 펼치는 ‘햄릿’은 화려한 이미지로 치환된 무대를, 28~10월 5일 극단 뛰다의 ‘햄릿 칸타빌레’는 3명의 광대극을 펼친다. 셰익스피어의 현대적 변용은 10월 1~7일 극단 가마골의 ‘로미오를 사랑한 줄리엣의 하녀’로 끝을 맺는다.
공연과 별도로 9월21~22일 별오름극장에서 11명의 셰익스피어 전공 교수들이 펼치는 ‘셰익스피어 읽기’ 행사는 이번 무대의 의미를 새삼 밝혀주게 된다.
의정부 예술의전당은 국립극장에 앞서 이 달 31일부터 ‘낭만희극 페스티벌’이란 휘장 아래 계절에 어울리는 셰익스피어 코미디들을 모은다. 9월1일까지 공연되는 극단 여기의 ‘사랑의 헛수고’(김재권 연출)를 시작으로, 3~4일 극단 주변인물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서충식 연출), 8~9일 극단 숲의 ‘한여름밤의 꿈’ 등으로 이어진다.
셰익스피어 작품 37권을 완역하는 등 셰익스피어 번역에 매진해 온 신정옥 명지대 명예교수가 새 무대에 맞게 작품들을 개역했다. 의정부 예술의전당 소극장은 (031)828-5841
한편 극단 유는 효석문화제 기간인 9월2~11일 강원 봉평 달빛극장에서 ‘한여름밤의 꿈’(연출 김관)을 공연, 지난해 같은 곳에서 올렸던 ‘리어왕’ 전회 매진의 기록을 재현한다는 다짐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