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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TV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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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TV를 껐다

입력
2005.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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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섯 나라 50개 가정이 열흘 간 TV를 껐다.

30ㆍ31일 연속 방영될 EBS 2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TV와 인간’의 실험에 참가한 전 세계 가정들이었다. 결과는 지난 해 12월 방영돼 큰 반향을 일으킨 EBS 다큐멘터리 ‘20일간 TV끄고 살아보기’에 동참한 131개 한국인 가정의 변화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다.

평소 “TV 없이는 못 산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프랑스의 독신남 시릴 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못 본 드라마 내용을 물어보는 등 ‘금단현상’을 보였다. 독일의 대학생 안나 빈터와 프랑스의 작곡가 끌로디오 공잘레스는 실험을 중도에 포기 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었다. TV를 끈 사람들은 점차 삶의 여유를 되찾았다. 시릴 씨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대신 친구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9세와 13세 아이를 둔 미국의 질 앤젤레스 부부는 서로 책을 읽어주는 등 식구끼리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시릴 씨는 실험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다시 TV를 켰더니 소리가 정말 시끄러웠고 내용도 뻔해보였다. 더 이상 TV가 내 삶의 중심이 되선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에 사는 빌란트씨 부부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저녁을 먹고 나서는 계속 TV 앞에서 앉아 있는데, 왜 그러고 있는지 그간 단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멍청하게 TV를 보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습관임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런가 하면 ‘TV 끄기’를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 자신의 가정은 그렇게 많이 텔레비전을 보는 편이 아니라고 믿었던 일본 주부 와다 미호씨는 그간 식구들이 알게 모르게 TV에 중독된 사실을 알게 됐다.

‘TV와 인간’ 제작진은 인간이 TV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한 관찰도 병행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인도네시아의 오지 마을 르박자하에 TV와 발전기를 기증했더니 마을 주민들은 난생 처음 보는 TV 앞을 떠나지 못하고 몰두 했다. 여성들은 드라마에, 남성들과 아이들은 스포츠 중계와 만화에 빠졌다.

아울러 히말라야의 소국 부탄에서 TV가 도입 된지 6년 만에 나타나고 있는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도 살펴본다.

‘20일간 TV끄고 살아보기’에 이어 ‘TV와 인간’을 연출한 EBS 이정욱 PD는 “무의식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TV 보기’ 행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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