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놓고 보자면 충남 금산은 한국의 볼거리를 대표하는 곳일 터이다. 금산이라는 이름이 다름 아닌 금수강산(錦繡江山)에서 유래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다지 내세울 만한 관광 자원이 없다. 국내 최대의 인삼 교역지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지만 인삼과 관광을 연계시키기에는 뭔가가 부족했다.
분명 그러했다. 건강, 웰빙이라는 단어가 21세기 여행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기 전까지는. 그러나 바로 그 인삼 때문에, 최고의 건강 음식 인삼을 품은 덕에 금산은 이제 명실상부한 웰빙 여행지로 주목 받고 있다.
금산읍 중도리 금산인삼약초시장은 전국 인삼의 80%가 거래되는 인삼의 메카이다. 금산수삼센터, 금산인삼국제시장, 금산인삼쇼핑종합센터 등 5개의 대형 상점이 들어서 있다.
이 곳을 찾는 대다수 방문객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 든 인삼 도매상. 현지에서 저렴하게 인삼을 구입하려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드물게 인삼 5일장(2,7일장)도 열린다.
거래는 주로 수삼(말리지 않은 생삼) 형태로 이뤄지며, 크기에 따라 왕왕대, 왕대, 특대, 대, 중, 소 등으로 분류된다. 이 보다 작은 삼은 삼계(삼계탕용), 믹서(믹서기에 갈아먹는다고 해서)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현재 왕왕대 한 채(750g기준)에 8만원, 삼계 한 채는 2만2,000원 정도. 수삼센터 옆 골목의 백반집도 빼놓지 말아야 할 명소. 4,000원에 1970년대 시골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이 곳은 대형 솥에서 끓여 내는 국과 찌개의 맛이 일품이다. 서울식당, 전주식당이 이름나 있다. 수삼센터 (041)753-7672
인삼을 직접 캐 보고 싶다면 남일면 신정2리 홍도마을로 가 보자. 흘러간 옛 노래가 절로 생각나는 마을이지만, 붉은 복숭아에 소반을 올려 놓은 형상과 마을이 흡사해 붙은 이름이다.
입구에 들자마자 향긋한 인삼향이 코를 자극한다. 넓은 터에 온통 인삼밭이다. 삼밭의 일조량과 통풍 조절을 위해 덮어 두는 검정 천(삼포)과 초록 인삼잎 위에 알알이 붉게 박힌 딸(열매)이 묘한 색대비를 만들어 낸다.
삼포 주변으로는 희고 푸른 도라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보는 이의 눈매를 순하게 한다. 인삼이 있는 곳. 거기서 자양강장만을 본다면 큰 손해다. 알록달록한 보색 대비로 오감을 즐겁게 한다.
아쉬운 사람들에게는 마을의 10여 가구에서 운영하는 농촌 체험 프로그램이 반갑다. 끝이 뾰족한 낫으로 인삼 한 뿌리를 캐는 체험 비용은 5,000원. 이렇게 캔 인삼은 마을 체험관에서 주스나 튀김으로 만들어 먹는다.
인삼 2~3뿌리를 통째로 병에 담아 인삼주를 담그기도 한다. 두부 만들기, 우렁 잡기, 황토 염색 등 다양한 체험과 식사, 숙박을 포함 4인 가족 기준 6만원이면 가능하다. 양현철 체험마을 추진위원장 (010)4516-6862.
지난 해 문을 연 종합복지관 다락원에서는 인삼을 이용한 요리 체험 교실이 열린다. 수삼, 닭고기, 파인애플, 야채를 버무려 낸 계삼냉채, 수삼, 새우, 호두, 다시마를 메밀가루에 반죽해 구워낸 수삼메밀전 등 조리법을 전문 조리사로부터 배울 수 있다. 참가비 1만원. 다락원 복지팀 (041)750-4551.
인삼 체험이 조금 싫증난 사람에게는 호젓한 분위기의 보석사가 기다린다. 진악산 자락에 자리잡은 이 절은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진 고찰이다. 앞산에서 캐낸 금으로 불상을 주조했다고 해서 보석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 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울창한 숲과 암석이 포근한 안식을 준다. 높이 40m, 둘레 10m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65호)는 천년 고찰과 같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길이 200m남짓한 전나무 숲길도 운치 있는 길로 이름나있다. 수통리 적벽강은 강가의 절벽이 붉다고 해서 붙은 이름. 다슬기 잡이, 견지낚시 등 천렵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때마침 9월 2~11일까지 금산읍 인삼 엑스포 광장과 인삼 약초 시장 일대에서 금산 인삼 축제도 열린다. 인삼 캐기, 인삼 송편과 인삼 약초 만들기, 인삼 깎기, 인삼 술병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가 마련돼 있다.
인삼 축제 집행 위원회 (041)750-2724. 한편 축제 홍보를 맡고 있는 디스관광정보연구원은 같은 기간 동안 당일 여행 상품도 판매한다.
오전 8시에 서울을 출발해 축제에 참가, 토종닭과 인삼 백숙으로 점심을 든 뒤 돌아오는 길에 아산스파비스에서 온천을 즐기는 상품으로 값은 3만8,000원. (02)3453-5380.
금산=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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