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아직도 반이 남았다는 탄식과 벌써 반이나 지났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노무현 정부 전반기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최근 발표된 각종 국민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긍정적 평가는 30% 미만인 반면, 부정적 평가가 적게는 60% 많게는 70% 가까이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평가가 나타났을까?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청와대의 대통령 보좌시스템도 비판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여권, 특히 청와대의 정책결정 및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말한다.
대통령직은 이미 대통령 개인을 초월해 있다. 현대와 같은 복잡한 시대에는 대통령 개인의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보좌조직의 유기적 구성과 활용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도모해야 한다.
■참모진 국민불신 높아
현대적 대통령제는 체계적 보좌조직을 통한 ‘조직적 대통령제’ 나아가 ‘제도적 대통령제’로 전환되었다.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참모조직이 없으면 실패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참모조직은 바로 비서실이며 핵심은 비서실장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김우식 비서실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비서실장에 이병완 전 홍보수석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의 두 번째 비서실장인 김우식 실장은 1년 6개월여 일하면서 청와대 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보수층을 대통령과 연결하고 이들의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일정부분 수행했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역할범위를 제한했는지 아니면 청와대 내의 역학구도 상 그와 같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무형’ 또는 ‘실세형’ 비서실장 보다는 ‘관리형’ 비서실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구는 예술이지만 총장은 정치다”라는 말이 있듯이 대학총장출신의 비서실장으로서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름의 정치적 판단과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후임 비서실장으로 ‘정무형’비서실장이 거론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내각과 당 그리고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홍보형’ 비서실장의 역할까지 부가되는 양상이다.
임기후반에 본격적인 정치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국정운영의 포석을 놓아야 하는 청와대입장에서 정무형, 홍보형 비서실장을 통한 친정체제강화의 필요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어떤 필요에 의해 누구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지의 문제는 전적으로 청와대의 결정 사항이다. 다만 누가 청와대 비서실장이 되던 반드시 수행해야 할 몇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공정하고 정직한 조정자 또는 중재자의 역할이다. 비서실내의 다양한 세력과 의견을 조정해야 할뿐만 아니라 내각과 대통령,청와대의 집권여당 간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작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관련 발언,최근의 연정구상 그리고 광복절 경축사의 공소시효배제제안 등의 논란과정에서 나타나듯 여권과 열린우리당의 혼선은 심각한 상태다. 대통령은 문제제기하고 여당은 편지 열심히 읽고 해석하는 상황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조정ㆍ중제자 역할 기대
둘째, 전달자의 역할이다.대통령의 의사를 내각과 당에 전달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하고 동시에 시중의 여론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임기 후반기에 특히 대통령의 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청와대는 다양하고 종합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제어자의 역할이다. 대통령 개인의 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참모조직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며 이러한 역할의 핵심이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새로운 비서실장의 역할에 기대를 걸며 맞이하는 임기 후반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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