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을 수사중인 검찰이 1999년 대우그룹의 해외 비밀금융조직인 BFC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65)씨 소유의 회사에 400억원 넘는 거금이 송금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김씨와 조씨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를 횡령 혐의로 추가기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김씨가 출국 직전 100억원 이상을 조씨에게 건네며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진위를 확인중이다.
대검 중수부(박영수 부장)는 25일 “김씨의 지시로 BFC가 99년 6월 조씨가 대표로 있던 홍콩 소재 KMC와 미국 LA 소재 라베스라는 회사에 각각 2,430만 달러와 2,00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는 이에 대해 ‘조씨로부터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김씨가 채무변제의 근거를 내놓지 못하면 BFC 자금을 횡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2001년 11월 예금보험공사가 대우사태 조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에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예보는 “김씨가 BFC의 자금 중 281억원을 KMC에 전달, 대우정보통신 주식 258만주(71.59%)를 위장매입했으며 이중 95만주를 처분, 291억원을 홍콩에 반출했다”고 발표했다.
예보는 또 “김씨가 라베스를 통해 대우통신 전자교환기(TDX)사업을 900억원에 인수계약한 후 230억원을 납입했으나 주총 부결로 무산되면서 현금 94억원을 홍콩으로 반출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우 부실채권을 인수한 자산관리공사는 예보 조사를 바탕으로 2002년 9월 KMC가 매입한 대우정보통신 주식 중 남은 주식을 반환하라는 소송과 함께 이것이 힘들면 조씨가 김씨로부터 받은 돈을 반환해야 한다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한편 이날 ‘김씨가 99년 10월 100억원 이상을 조씨에게 전하며 대우 구명로비를 펼쳤다’는 동아일보 보도를 확인하기 위해 김씨가 입원중인 세브란스병원에 검사를 보내 조사했다. 검찰은 그러나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 비슷한 얘기도 들어본 바 없다”고 밝혔다.
경기고 2년 선후배 사이인 김씨와 조씨의 관계에는 그동안에도 의혹의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두 사람 간의 은밀한 거금 거래를 두고 김씨가 해외사업가인 조씨를 자신의 ‘재산 관리인’으로 이용했다는 설이 많았다. 조씨가 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DJ 정권의 보이지 않는 핵심’이라는 추측도 나돌았다.
이번에 밝혀진 김씨와 조씨 간 거래는 그래서 “DJ와 김씨 사이에 조씨가 모종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근거가 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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