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환율 하락으로 우리나라 자동차의 국제 경쟁력이 위협 받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또 다시 파업을 결정,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주름살이 더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사항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2조원이나 되고 이는 결국 차 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업을 무기로 한 대기업 노조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4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25일 하루동안 주간조는 오후3~5시, 야간조는 밤 9~11시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의 부분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노조는 또 26일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의 6시간 부분파업에도 동참키로 했다. 23일 실시된 현대차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는 전체 조합원 4만2521명 중 70.86%인 3만132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11년 연속 파업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운 이유는 16차례나 진행된 임금단체협상에서 회사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노조의 요구는 회사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지나치다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노조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경우 회사는 2조원 가까운 추가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10만9,181원(기본급 대비 8.48%) 인상, 상여금 100% 인상, 주야 근무 2시간씩 단축(주간 연속 2교대제ㆍ임금 20% 인상 효과)과 순이익의 30% 성과급으로 지급, 순이익의 10%를 사회공헌기금ㆍ고용안정기금으로 적립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급여를 25% 이상 올리고 순이익의 50%를 노조를 위해 쓰라는 요구와 같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총급여가 2조6,312억원이고 상반기 순이익이 1조1,229억원임을 감안하면 회사측에 2조원 가까운 추가 부담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과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의 ‘자동차산업 노사관계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노사분규로 인한 제조업의 생산차질액(2조4,972억원)과 수출차질액(10억5,300만 달러) 가운데 완성차 업체의 파업으로 인한 부분이 각각 1조9,530억원(78.2%), 8억9,200만 달러(84.7%)를 차지했다.
상의 관계자는 “임금인상률 결정이 노조의 교섭력에 의존하고 있어 일단 파업부터 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987년 현대차 노조 창립 이후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은 모두 8조2,75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사 모두에게 실익이 없는 파업보다는 대화로써 원만히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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