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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97년 대선자금 수사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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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97년 대선자금 수사 말아야"

입력
2005.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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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1997년 대선자금과 관련, 당시의 이회창, 김대중 후보를 소환 조사하는 일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왕년의 후보들을 다시 불러내라는 얘기들은 하지 않는 게 상식 아니냐”면서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2002년 당시 자신과 이회창 후보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짐으로써 정경유착 구조가 거의 밝혀졌기 때문에 굳이 97년 문제까지 다시 꺼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효 문제였다. 97년 대선자금 문제는 시효가 다 지나 처벌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97년 11월 개정된 정치자금법이 98년부터 적용됐으므로 이 법 시행 전에 주고받은 대선자금 가운데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노 대통령이 다목적 포석으로 97년 대선후보 조사 제외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우선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측에 거액의 자금을 제공한 삼성이 더 이상 상처 받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검찰이 요즘 X파일 사건으로 삼성 대선자금에 대한 재수사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당시 대선후보들을 불러서 조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지 이미 시작된 검찰의 녹취록 수사는 계속되는 것”이라며 삼성 보호설을 부인했다.

최근 국민의 정부 시절의 도청 사실 공개로 갈등을 빚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측을 배려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있다. X파일에는 이회창 후보 뿐 아니라 김대중 후보측 대선자금에 관한 얘기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선 라이벌이었던 이회창 후보를 계속 조사하는 것은 노 대통령 자신에게도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노 대통령도 “이회창 후보가 97년 세풍사건으로 조사 받고 지난 번에도 조사 받았는데 또 조사를 받는다면 내가 너무 야박해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97년 대선자금 수사에 제동을 거는 지침을 내린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검찰이 아닌 시민사회와 국민을 향해 사회적 합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이 대통령의 언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수사개입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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