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1998년 정기국회에 제출했던 ‘99년도 예산안’에 디지털휴대폰 감청기 구입비용 항목으로 25만 달러가 포함됐던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한나라당 불법도청근절진상조사단장인 권영세 의원은 이날 검찰이 무선호출기 감청장비(1만9,231달러), 대화감청기(1,026달러)와 함께 디지털휴대폰 감청기 1대 구입비용으로 25만 달러를 요청한 내용의 99년도 법무부 예산안을 공개했다.
권 의원은 “디지털휴대폰 감청기는 법무부가 98년도 예산안에서 요청한 아날로그식 감청장비 구입비용 7만5,000달러의 3배에 달하는 고가장비”라며 “검찰이 달러로 예산을 상정한 것은 외국에서 감청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이미 98년에 디지털휴대폰도 감청이 가능하다고 판단, 관련 장비의 구입을 시도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그러나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 “현재에도 디지털휴대폰에 대한 감청 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디지털휴대폰은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검찰이 구입을 생각치 못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98년 당시 디지털휴대폰 감청장비를 미국 REA사나 CCS사 등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이를 감안, 예산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며 국정원은 2002년 CCS사 도청장비 논란이 제기되자 “이들 회사가 핸드폰 감청장비를 개발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디지털휴대폰 감청기 구입 요청은 야당의 거센 반발로 예산안에서 삭제됐다.
또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도 이날 예결특위에서 “대검찰청은 95년 3월 미국산 이동전화 감청기 1대, 96년에는 이탈리아산 이동전화 감청기 2대, 98년에도 이탈리아산 이동전화 감청기 5대를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이어 “대검이 98년에 구입한 이동전화 감청기는 디지털휴대폰 감청기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95년과 96년 구입한 감청기는 각각 1,150여만원과 4,000만원인데 반해 98년에 구입한 감청기는 2억5,500여 만원으로 대검이 비싼 돈을 들여 아날로그 휴대폰 감청기를 구입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이에 대해 “아날로그 휴대폰 감청장비는 갖고 있다 모두 폐기했으며, 디지털 감청장비는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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