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총회 개최가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노동계와 정부가 각각 ‘회의 연기’와 ‘회의개최 강행’을 주장하며 별도로 대표단을 스위스 제네바 ILO본부에 파견,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정병석 노동부 차관은 23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ILO 총회 불참을 선언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결정”이라며 노동계의 불참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정 차관은 “노동계가 ILO의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라며 “여기에 불참하는 것은 정부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일반 근로자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 차관은 “양 노총이 이른 시일 안에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ILO가 회의를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 차관은 이날 오후 ILO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 한국정부의 회의 정상개최 방침을 밝히고 ILO가 노동계를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이날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제네바에 파견, 노동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개최지 변경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노정 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의 변화 없이 ILO총회가 개최된다면 손님을 초대해 놓고 주인이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ILO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개최 연기 또는 변경을 결정할 예정이다.
양 노총은 앞서 12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파업과 관련, 부당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 수위를 높여가는 정권 아래에서 제 살을 베는 심정으로 지역 총회에 불참키로 했다”며 “ILO에 개최지 변경을 요청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후안 소마비아 ILO 사무총장은 18일 양 노총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국내 노정관계를 문제 삼아 지역 총회에 반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개최 보장을 요구했다.
ILO 지역총회는 4년에 1차례씩 노·사·정 대표자들이 참석해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는 자리로, 10월 10~13일 열리는 이번 총회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43개국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